[20250206_광주매일_'광주의 이름으로' 더 나은 세상 꿈꾸다]
‘광주의 이름으로’ 더 나은 세상 꿈꾸다
이강하미술관 소장품전 ‘아! 광주’…4월30일까지
인간의 잔혹성·존엄함이 공존했던 그 날의 시·공간
시대·세대를 넘어 다시 마주한 자유와 평화의 시선
이강하미술관은 2018년부터 매년 고 이강하 작가 작품을 시대별 주제와 흐름에 맞춰 소장품 전시 형식으로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자유와 평화를 향한 시선을 오롯이 담은 광주와 무등산 이야기로 전시를 구성했다. 오는 4월30일까지 열리는 이강하 소장품 전시 ‘아! 광주’다.
지난해 12월3일,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국회의 즉각적인 대응으로 6시간 만에 계엄은 풀렸지만 그 여파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또다시 거리에 나섰고, 이제 무엇을 ‘자유’라 부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
이는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강연문에도 드러났다.
‘광주’를 더 이상 도시의 이름이 아니라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존재했던 시공간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말은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됐다.
한평생 한국미술의 정체성과 작업 탐구에 관심을 둔 작가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 시기 군부에 맞선 시민군 활동 이후 지명수배자가 돼 전국 곳곳에서 은둔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의 삶에서 가장 불운했던 시기 마주한 광주와 무등산의 풍경은 고스란히 작업으로 나타났다.
그의 시선이 오랜 시간 머물렀던 광주와 무등산의 모습은 한국전통 단청무늬, 남도의 오방색 등과 결합돼 독특한 화풍으로 구현됐다.
전시 주제이자 출품작 전체를 관통하는 ‘아! 광주’는 1995년 그려진 수채화 작품이다. 5·18로 희생 당한 광주 시민들의 죽음이 하늘을 가득 메운 까마귀로 형상화됐다. 이들의 혼을 달래는 진혼굿과 사물놀이, 강강술래 등 민중의 희로애락이 화폭을 가득 채운다.
2000년 제작된 작품 ‘비무장지대(DMZ)-염원’은 왼편의 무등산과 오른쪽의 백두산을 사이에 두고 비단길을 펼쳐놓은 형상이다. 사실적인 인체 묘사가 돋보이는 두 여성의 모습이 추상적인 산자락과 어우러져 있다. 삼팔선을 넘어 자유와 평화의 길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는 작가의 염원이 담겨있다.
또 전시에서는 각 작품과 관련된 작가노트를 비롯해 당대 기사도 함께 배치해 선보인다. 작품 배경과 작업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이강하 작가의 작품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자신의 젊은 시절 모습을 빚어낸 조각 작품 ‘오월-자화상’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 도예, 목판화, 영상, 아카이브 자료까지 20여점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선 이강하미술관 실장은 “유교적 정서와 예술적 사고에서 출발해 오랫동안 캔버스 위 수행하듯 완성한 결과물은 그만의 독창적인 작품으로 태어났다”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시대와 세대를 연결하고자 했던 작가의 ‘광주’와 ‘무등산’ 연작을 통해 현시대 자유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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