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동 8곳서 ‘판소리, 모두의 울림’ 본전시
30개국 작가 72인 참여
31개 파빌리온 등 볼거리 풍성
제15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가 열리는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전경.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제공
한 달 새 약 15만 명이 다녀갔다. 개막 한 달을 맞은 아시아 최대 문화예술 축제,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이야기다. 광주 전역에서 역동적인 동시대 미술 축제가 열리는 중이다.
지난 9월7일 개막한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30개국 72명 작가가 참여하는 본전시 ‘판소리, 모두의 울림’과 다양한 국가의 동시대 미술을 선보이는 파빌리온으로 구성됐다.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기획한 본전시에선 ‘소리꾼’이 된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예술가 72명이 자기만의 소리를 시각화해 위기에 처한 지구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이야기한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양림동 양림문화샘터,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 한부철 갤러리, 한희원 미술관, 양림쌀롱, 옛 파출소 건물, 빈집,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 8곳이 전시장이다. 일상적 삶의 환경 속에서 작업을 설치함으로써 그 속에서의 삶의 터전과 예술의 공존 가능성을 실험한다.
필립 자흐, 부드러운 폐허, 2024. 캔버스 및 리넨에 유채와 아크릴, 450×840×840cm.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션.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제공
관객들은 ‘부딪침 소리’, ‘겹침 소리’, ‘처음 소리’라는 세 가지 소리 패턴이 바탕이 된 전시를 경험하며 인류세 변이를 목격하게 된다. 첫 전시실인 ‘부딪침 소리’(feedback effect)(전시실 1, 2)에 들어서면 에메카 오그보의 ‘Oju 2.0’(2022)에서 흘러나오는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소음을 들으며 긴 암흑 터널을 조심스레 지나가게 된다. ‘겹침소리’(polyphonies)(전시실 3)에서는 필립 자흐의 광대한 설치 작품 ‘부드러운 폐허’(2024) 앞에서 인간과 비인간, 물질과 비물질을 관통하는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며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다.
‘처음소리’(primordial sound)(전시실 4, 5)에서 유리 기포 그릇이 전등처럼 불을 밝히고 있는 마르게리트 위모의 ‘휘젓다’(stirs)(2024)를 볼 수 있다. 판소리, 드럼 사운드와 어우러진 그릇 안의 생태계를 감상하며 지구의 생명과 인간에 대해 펼쳐놓은 작가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시간이다.
마르게리트 위모, 휘젓다, 2024. 손염색된 재활용 실크 오간자, 아크릴 용기 (내용물:남조세균 및 여타 광합성 미생물로 이루어진 미생물 생태계, 궁남지에서 채취한 진흙, 다양한지역 퇴적물, 마른 잎, 달걀 노른자, 과일 껍질, 3300만 년 된 스트로마톨라이트 박테리아군락의 입자, 아홀로틀 두 마리, 여과 및 과열 시스템, 혼탁도 및 pH 센서, 태양 일주 운동에동기화된 LED), 생체 및 합성 필라멘트를 포함하는 핸드블로운 기법의 유리 거품, 재,스테인리스 강, 알루미늄, 구리, 센서 기반 작동 스피커, 타악기와 보컬을 특징으로 하는다채널 사운드 작업, 가변 크기. 서페이스 호라이즌 리미티드 제공. 제15회 광주비엔날레커미션.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제공
김자이 작가, 휴식의 기술 Ver. 도시농부(re-member), 2024. 혼합매체, 가변 크기. 작가 제공.제15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션. 현대 사회를 이끄는 열광과 끊임없는 경쟁에서 벗어나 평온함을 추구하는 작품이자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시도이다. 작가는 양림문화샘터를 광활한 인공 정원으로 탈바꿈시켜 허브를 재배, 지역 카페와 협력해 음료를 만드는 등 친환경적인 소비 대안을 제시한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제공
31개의 파빌리온도 인기다. 독립적인 기관, 기획자, 도시가 참여해 다채로운 동시대 미술의 현안을 탐구하는 장이다. 22개 국가관, 9개 기관 및 도시가 참여해 올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본전시가 열리는 양림동에서는 폴란드 파빌리온(이이남스튜디오), 캐나다 파빌리온(양림미술관), 덴마크 파빌리온(씨움), 스페인 예술 파빌리온(양림동 펭귄마을공예거리), 오스트리아 파빌리온(이강하미술관) 등 5개의 파빌리온을 만날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가까운 독일 파빌리온(광주역사민속박물관)도 주목할 만하다.
이강하, 무등산의 봄, 2007. 캔버스에 아크릴릭, 유채, 181.8×290.9cm. 광주 파빌리온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강하미술관 제공
올해 신설된 광주 파빌리온은 안미희 전 경기도미술관장이 기획을 맡아 ‘무등: 고요한 긴장’(광주시립미술관 3, 4, 6 전시관) 전시를 선보였다. 김신윤주, 김웅현, 나현, 송필용, 안희정, 양지은, 오종태, 윤준영, 이강하, 이세현, 임수범, 장종완, 장한나, 정현준, 조정태, 최종운, 하승완, 함양아 등 총 18명의 작가들이 광주의 정신과 발전 방향을 조망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태국, 베트남, 싱가폴, 한-아세안 센터, 한국국제교류재단-(재)광주비엔날레로 총 9개의 파빌리온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파빌리온마다 눈길을 끄는 대형 설치작품이 들어섰다. 인도네시아 파빌리온에서는 관람객들이 드럼, 키보드, 기타 등 악기를 잡고 연주할 수 있는 퍼포먼스형 전시가 열린다.
줄리앙 아브라함 “또가,” 야만인들을 위한 사랑노래, 2024. 인도네시아 파빌리온에서 만날 수 있다. ⓒ줄리앙 아브라함
그간 수많은 국내외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광주비엔날레 현장을 찾았다.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서펜타인갤러리 관장, 코니 버틀러 모마(MoMA) PS1 디렉터,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뉴뮤지엄 디렉터, 애론 시저 영국 델피나재단 총괄 디렉터, 마미 카타오카 모리미술관장, 강볼드 출런 몽골예술위원회 위원장, 쑨리유린 중국 창즈시 선전부장 등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도 다녀갔다.
외신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 9월6일 사전 개막 기간에 30여 개 외신이 광주를 찾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아시아 최대 규모 현대미술 전시회인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매혹적이고 흥미진진한 전시”라고 평했다. 대만 연합보는 “광주비엔날레 전시장과 양림동을 거닐며 21세기 판소리를 체험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라며 “직접 경험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했다. 인도 STIR는 “부리오의 포괄적인 비전과 수많은 파빌리온들이 보여주는 다양성 사이에서,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포괄적인 포용성을 시도한 점에서는 비판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영국 아트리뷰는 광주비엔날레를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규모 예술 행사 중 하나’로 소개하며, 부리오 예술감독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그 자체로 문화예술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비인간, 동식물과 기계 등 모든 존재를 탐구하며 전시의 주제인 지구의 위기이자 ‘인류세’에 대한 메시지”를 접할 수 있어서다. 광주비엔날레 관계자는 “지난 추석 명절과 10월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전시장을 찾은 가족 단위 관람객을 비롯해서 학생 단체 관람객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문화예술 관련 전공 대학생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에선 다양한 체험 활동 기회도 제공한다. 여러 소리를 녹음해 악보를 직접 꾸며보는 ‘나의 판, 소리’, 다양한 재료로 나만의 작은 생태계를 만드는 ‘GB 작은 숲’, 도슨트를 직접 체험해 보는 ‘어린이 도슨트 프로그램’ 등을 전시 기간 내 토요일과 일요일에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자세한 일정과 신청은 광주비엔날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아카데미 시민 도슨트 양성교육도 11월30일까지 진행된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를 주제로 한 동시대 미술 교육을 들은 뒤 전시를 관람하는 ‘찾아오는 프로그램’과 광주시 소재 초․중․고등학교, 공공기관이 희망하는 장소와 시간에 맞춰 전문 강사의 교육을 들을 수 있는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광주비엔날레는 12월1일까지 열린다. 문의 홍보마케팅부(062-608-4224).
/이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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