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들여다보기 ⑥동곡미술관
이탈리아 파빌리온 전시
물 속성·생태 자연 탐구
입체적 전시 관람 ‘이색’
아그네스 퀘스천마크 ‘Draco Piscis’/이나라 기자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또 다른 묘미는 해외 유수 문화예술 기관이 참여하는 파빌리온(국가별 독립전시관)이다.
파빌리온에서는 캐나다, 중국, 프랑스, 이스라엘,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스위스, 우크라이나 9개국이 국내 미술관과 협업해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장소는 이강하미술관, 은암미술관, 양림미술관,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동곡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갤러리 포도나무, 10년후그라운드(5월 5~7일), 양림쌀롱(5월 5~7일), 이이남 스튜디오, 국립아시아문화전당(매주 토요일)이다.
9개의 파빌리온 중 광주비엔날레 주제인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에 충실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가장 돋보이는 곳을 꼽자면 이탈리아 파빌리온이다.
이탈리아 파빌리온은 ‘잠든 물은 무엇을 꿈꾸는가’를 주제로 보문복지재단 동곡 미술관에서 7월 9일까지 열린다.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의 참여로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 원장이 총감독했으며, 발렌티나 부찌가 전시를 기획했다. 참여작가는 카밀라 알베르티, 유발 아비탈, 마르코 바로티, 아그네스 퀘스천마크, 바비오 론카토 등 5명이다.
이탈리아 파빌리온은 부드럽고 유약하지만 강인한 ‘물’을 주제로 하는 작품을 보여준다거나 ‘물’을 통해 탐구한 생태 메시지, 물을 연결고리 삼은 탈인간중심적 시각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한다. 증강현실과 사운드, 영상 등을 도입한 어플은 전시 이해도는 물론 한층 더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어 꽤 흥미롭다.
카밀라 알베르티 ‘Learning in Disbinding’/이나라 기자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경고음과 함께 음산한 사운드가 들린다. 바닥에 놓인 61개의 조개모형은 입을 열었다 벌렸다를 반복하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마르코 바로티의 ‘CLAMS’다. 이 작업은 영산강의 물소리를 수질계측기 데이터로 측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생관계를 탐구하고자 했다. 조개껍데기는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각 조개 안에는 증폭스피커를 설치했다. 조개 속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불안정한 멜로디는 인간에게 던져주는 경고처럼 들린다.
파비오 론카토 ‘Follow Me’/이나라 기자
안산시 주변과 해안가 농촌 그리고 도시에서 수집한 조각과 나뭇가지 뿌리, 조개껍데기로 작업한 카밀라 알베르티의 ‘Learning in Disbinding’은 탈인간 중심적 체계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작업은 서울예술대 학생들과 워크숍을 통해 일궈낸 결과물이다. 작품을 먼발치에서 보면 괴물의 형상 같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공룡의 형상 같기도 하다. 작품은 폐기물을 수집해 만들었다. 작품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조개껍데기와 나무뿌리 등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도시고고학 같은 접근법으로 인간은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결된 여러 파생물중 하나일 뿐이며 자연과 공존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광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5·18 민주화 운동이다. 파비오 론카토는 작품 ‘FOLLOW ME’ 통해 광주 5·18을 탐구했다. 작품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영감을 받았다. 소설은 1980년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에서 17살 나이로 숨진 고 문재학 열사를 극화한 것으로 항쟁의 기억이 담겼다. ‘FOLLOW ME’는 창아트스튜디오의 지역공예가들과 함께 제작했다. 옹기는 9개로 이뤄져 있다. 옹기 9개는 1980년 5월 9일간의 항쟁을 상징한다. 옹기는 군데군데 뚫려있다. 옹기항아리 주변으로 설치된 TV화면에는 무등산 폭포에서 찍은 영상이 틀어져 있다. 영상 속에도 옹기항아리가 놓여있다. 깨지고 뚫린 항아리는 유약하지만, 물의 강인함으로 항아리를 침식시켰음을 느끼게 한다. 유약하지만 결국 옹기를 침식시킨 물의 힘은 1980년대 이 지역을 가득 채웠던 광주 시민의 견고함을 의미한다.
파비오 론카토 ‘Follow Me’/이나라 기자
거대한 자연 속에서 인간은 연약하고 작은 존재라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도 있다. 유발 아티발의 ‘Foreign Bodies’라는 영상물이다.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인 인간의 시각이 아닌 오히려 나약한 존재로 치부한 것으로 영상을 요약하면 벌거벗은 인간들이 숲과 강가 동굴 등지에서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이다. 영상 속에서 거대한 자연 속 인간은 작고 나약하다. 작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존중하지 않으면 인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하고자 한다.
아그네스 퀘스천마크는 어머니의 뱃속 양수를 재현한 수중 퍼포먼스 영상 ‘Drowned in Iivingwater’를 내놨다. 동곡 미술관 전시 오픈 당시 실제 수조에서 들어가 선보였던 모습을 녹화한 것이다. 작가는 물이 담긴 수족관 안에 잠수해 양수 안에 떠 있는 태아 상태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물은 만물의 생성과 변신이 가능한 장소로, 잠수를 통해 인간이 개인보다 좀 더 유동적 차원으로 회귀함을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발렌티나 부찌는 “물은 침식하고 파괴하고 다시 생명을 준다”며 “똑같은 강물이 없는 것처럼 우리는 끝없는 순환 속에서 끝없이 변화할 수 있다. 변화하고 탈인간적인 깨달음을 얻기 위해 언어의 표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그네스 퀘스천마크 ‘Dorwned in Iivingwater’
/ 이나라 기자
/ 기사 URL : http://www.jndn.com/article.php?aid=1682848363359819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