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신문]
미술로 되돌아본 5·18…역사 기억하고 미래로 나아가자
‘오월미술제’ 지역 문화공간 연대전시 2選
‘80년 5월’ 그려낸 이강하·손기환 2인전
42명 작가 ‘전두환 풍자’ 등 포스터 눈길
손기환 作 ‘타!타타타타타’ <이강하미술관 제공>
다시 돌아온 5월18일이다. 40년 전 광주에선 민주화를 부르짖는 수많은 시민군들이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고, 그림을 그리던 청년들은 매일같이 목판화를 찍고 걸개그림을 그려 사람들에게 국가폭력의 참상을 알렸다. 5·18 40주년을 맞아 열리고 있는 80년 5월 광주를 다룬 두 개의 전시를 소개한다. 이 전시들은 광주민족미술인협회의 ‘오월미술제’의 지역 문화공간 연대전시로 이뤄져 의미를 더한다.
-이강하미술관 ‘푸른 상처, 별의 공존’ -
이강하미술관은 다음달 30일까지 5·18 40주년 특별전 ‘푸른 상처, 별의 공존’전을 마련한다. 이 전시는 고(故) 이강하 화백과 손기환 작가의 2인전으로 마련된다. 전시 주제 ‘푸른 상처, 별의 공존’은 광주시민들에게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오래 된 상처로서의 5·18과 당시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희생자들이 별이 돼 시민들을 지켜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강하 화백과 손기환 작가는 199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연 ‘민중미술 15년’ 그룹전에서 함께 전시했을 뿐, 생전에 어떠한 연고도 없다. 다만 각자 독자적인 방식으로 광주와 서울에서 ‘80년 5월 광주’를 그려냈으며, 26년 만에 이강하미술관 5·18 40주년 기획전시를 통해 만나게 됐다. 전시장 입구에는 이 화백의 판화 ‘5월-2’가 걸려 있다. 이 화백이 수감시절 그린 것으로, 이 전시 전까지 비공개 작품이었다. 불안하고 초조한 수감자들의 표정과 창밖에 보이는 까마귀와 무덤 등을 통해 당시 상황을 겪은 이의 시대적 분위기를 암시할 수 있다. 전시장엔 이 화백과 손 작가의 30여점 회화·판화 작품이 교차돼 전시돼 있다.
손 작가는 광주에서 활동하진 않았지만, 광주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등으로 80년대부터 5월 광주를 담은 작업을 해 왔다. 1985년 서울미술공동체가 연 ‘1985년, 한국미술 20대의 힘’전 전시에 박불똥, 박진화 작가와 참여했으며, 손 작가의 작품 ‘타! 타타타타타타’는 당시 경찰들에 의해 철거돼 ‘민족미술인협회’ 결성의 계기가 됐다. 이 작품의 원작을 이강하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어 화제다. 전시에선 손 작가가 ‘팝’(POP)적인 요소들을 활용한 딱지 연작부터 남도의 풍경 속 리얼리즘 화풍을 그린 이 화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선 이강하미술관 큐레이터는 “그림체는 확연히 다르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작업했던 두 작가의 작품세계를 통해 5·18 40주년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길 바란다”며 “역사적 상처와 아픔, 고통을 희망으로 승화시키고 화합의 길,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길 바라며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김문성 作 ‘버틸수록 잊혀지잖아요’
백은일 作 ‘왜 그래’
-갤러리생각상자 ‘5★18 4040 포스터’展’-
그런가 하면, 갤러리생각상자는 오는 7월13일까지 ‘5★18 4040 포스터’전을 마련한다. 이 전시는 지난해 주홍 관장이 ‘나에게 5·18이란?’, ‘5·18 40주년 메시지를 포스터로 담아보면 어떨까?’라고 작가들에게 제안했고, 여기에 42명의 작가가 참여해 모두 신작을 제작했다.
광주 뿐 아니라 서울, 인천, 부산, 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회화, 설치, 자수, 악보, 프린트, 도예 등 개성 가득한 작품 40점으로 탄생시켰다.
많이 나온 주제는 단연 ‘전두환 풍자’였다.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상 작품상 수상 영화 ‘기생충’의 포스터를 패러디한 김문성 작가의 ‘버틸수록 잊혀지잖아요’, 전 세계를 강타한 바이러스 ‘코로나19’(COVID-19)와 전두환의 이미지를 교차한 박경효 작가의 ‘CODOOHWAN18’, 12·12사태와 코로나를 엮은 박광수 작가의 ‘12·12바이러스’가 눈길을 끌었다. 특히 자유의 여신상을 골프채로 내려쳐 파괴하는 고경일 작가의 ‘화려한 골프’ 등 5·18의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에 대한 작가들의 목소리를 ‘전두환 패러디’로 풀어냈다 양갑수 작가는 ‘5·18주먹밥’이란 제목으로 토기를 주먹밥 모양으로 구워 설치 작품을 제작했으며, 승지나 작곡가는 5·18을 주제로 한 대중가요의 악보를 전시했다.
전시를 기획한 주홍 관장은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행사들이 취소된 상황에서 원화 전시를 보러 오는 관람객들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에 유튜브 영상으로 전시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하고, 디지털화 된 포스터 이미지·웹자보가 민들레 홀씨처럼 SNS를 타고 전 세계에 퍼져나갈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겨울 기자
<기사 URL : http://www.kjdaily.com/read.php3?aid=1589703616510709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