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
시대와 장르 넘어 만난 평화의 '비단길'
이강하 대작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
신용구 예술가, 설치·영상으로 오마주
■ 이강하미술관, 5·18 41주년 기념 특별전
또다시 찾아온 오월 광주를 마주하며 예술가의 기억과 염원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희망적 미래를 탐구하는 노력으로 승화된다.
남구 이강하미술관이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특별전 ‘푸른 상처, 별의 공존’에 이어 올해 41주년기념전으로 ‘비단길-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마련했다. 이강하 화백의 작업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비단길’을 회화와 설치, 영상의 콜라보로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단 두 점의 작품으로 압도적인 이끌림을 선사해 관람객을 끌어들인다.
전시는 1980년 광주 격정의 시기를 견뎌냈던 무등산 화가 고 이강하와 2000년 초반 여러 나라의 역사와 기억을 희망의 메시지로 표현하는 퍼포먼스 아티스트 신용구의 작업으로 구현된다. 신용구 작가는 꽃과 날개, 실타래 등의 상징적 오브제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을 펼쳐오고 있다. 29일 찾은 남구 이강하미술관은 이강하의 13미터 대작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 1점과 함께 마주보는 신용구 작가의 오마주 설치·영상이 전시돼 강렬한 몰입감을 주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강하미술관 5.18 41주년 기념전 ‘비단길’ 설치 전경.
이강하의 작품은 지난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됐던 작품으로 마치 무등산을 눈 앞에 옮겨놓은 듯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이 화백은 무등산에서 시작된 비단길이 금강산, 백두산까지 이어지길 바랐다.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여인들의 누드와 무등산, 우주를 형상화 한 듯한 오방색의 원형 조형과 탈춤, 원앙과 연꽃이 수놓아진 비단길 등이 우리 민족의 정서와 함께 자유와 평화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 작품이다.
신용구 작가는 직접 염색한 한지 천을 들고 무등산에 올라 이를 무등산 길에 깔고 비단길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를 영상작업으로 보여준다. 욕망으로 인해 날개를 잃어버린 이카루스의 날개를 팔에 안고 비단길을 거니는 작가의 퍼포먼스 영상은 이강하의 자유와 평화를 위한 붓질과 중첩된다. 신 작가의 손바느질로 재탄생한 실타래 조형물과 전시관 천정에 너울진 한지 천이 영상과 어우러지며 샤머니즘적 은유와 초현실주의 관점을 구현해 낸다.
이강하미술관 이선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숭고한 신화적 모티브를 통해 현대적 주술과 영(靈)을 몸과 행위로 연결하는 현대 설치 퍼포먼스 작가와 이강하 화백의 90년대 대표작품 ‘무등산과 비단길’ 연작 협업이다”며 “과거 무등산의 비단길을 오마주 해 현재의 무등산에 한지길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를 설치·영상으로 보여주는 신용구 작가의 이번 작업이 서로 다른 시대, 다른 장르의 다원적 예술의 의미를 ‘희망의 메시지’로 사유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30일부터 두 달 간 이강하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1일 2회 네이버 및 전화 예약으로 도슨트 전시 해설도 진행된다. 월요일은 정기 휴관이다.
/이연수 기자
/기사 URL : http://www.jndn.com/article.php?aid=1619686800315872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