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문화재단 공공예술창작소 X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Incubation Period
2022.09.07. - 09.22.
■ 전 시 명 : < Incubation Period >
■ 전시기간 : 2022.09.07.(수) - 09.22.(목)
■ 전시장소 : 광주 호랑가시나무 베이스폴리곤
■ 참여작가 : 남소연, 이원호, 장재희 (총 3명)
■ 참여소속 : 경기도 성남시 신흥공공예술창작소 타.원 팀.
■ 기 획 : 윤형신
■ 기획의도
남소연, 이원호, 장재희는 성남시 신흥 공공예술창작소에서 프로젝트팀 ‘타.원’을 결성해 작업에 도시의 역사, 주민들의 삶을 연결하며 활동의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세 작가가 참여한 전시 《Incubation Period》는 성남 문화재단과 광주 호랑가시나무의 교류를 통해 열렸다. 공동의 프로젝트를 발표하기에 앞서, 이들은 각자가 걸어온 길을 되짚으려 팀이 아닌 개인으로서 진행한 작품을 꺼내어 놓았다. 이원호의 독일 유학 시기의 초기작을 비롯해, 가상 공간과 중첩된 남소연의 회화, 지난해 장재희가 퍼포먼스를 위해 작성했던 텍스트가 전시를 통해 재구성되었다.
다양한 작품들을 잇는 얼개이자 전시의 제목인 《Incubation Period》는 무엇으로 변화할지 알 수 없는 가능성을 지닌 과도기를 의미한다. ‘Incubation Period’는 잠복기, 배양 기간, 부화 기간 등의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 ‘잠복기’란 질병이 드러나기 이전의 기간으로, 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쓰는 오늘날에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부정적인 어감을 풍긴다. 한편, ‘배양 기간’과 ‘부화 기간’은 균이나 세포, 식물이 자라나는 기간이자 동물의 알이 부화하여 개체가 되기 이전의 단계다. 각기 다른 인생의 경로를 지나온 작가들은 감정을 다루고, 타인과 공유하며, 공동체의 분위기를 작업에 반영하고 있다.
남소연의 그림은 그의 관심사가 3D 프로그램으로 만든 최근작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몇 년간 작가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붙인 ‘남소연구소’라는 가상의 공간을 설계했고, 연구를 진행하고 방문객을 맞이하는 연구소장이 되었다. 남소연구소는 프로그램상에서 제약 없이 변화하고, 전시장과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활성화된다. 이번에 선보이는 회화에도 가상 공간에 관한 관심이 반영되어 있으며, 호랑가시나무 베이스폴리곤은 남소연구소의 또 다른 버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남소연이 3D 프로그램을 다루기 시작한 이후 환영이 그려진 캔버스의 평면은 그에게 모니터 화면과 연동되는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가상 공간에 존재할 법한 그림 속 사물에는 〈모유를 보관한 병과 손가락 빨대〉, 〈중심 잡기 의자〉 등의 이름이 달렸다. 대개 유기적인 형태를 한 사물들은 내면의 정서를 타인과 공유하기 위해 작가가 고안한 실험 기구다.
이원호는 사회가 그어 놓은 경계를 고민하고, 일상에서 마주한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번에 그는 전업 작가가 되기 전 유학 시절의 작품 2점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인다. 《물고기 스프》는 생선을 구하기 힘든 독일에서 물고기를 떠올리며 스프를 끓이는 과정을 동료들의 대화와 함께 담아낸 영상이다. 유학생 신분으로 장기간 체류하던 그는 독일 사회의 미묘한 분위기를 감지해 냈고, 새해 첫날 거리에 떨어진 폭죽의 탄피를 빵 봉투에 모아 《지난 밤》을 만들었다. 폭죽은 새해를 축하하기 위해 사람들이 쏘아 올린 것이지만, 총탄을 닮은 폭죽의 잔재는 다양한 사람들 간의 긴장감이 감도는 독일 사회의 면모를 역설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더불어 최근의 사운드 작업 〈너만 괜찮다면 나는 괜찮아〉에서 ‘괜찮습니다’는 시차를 두고 변주되어 돌림노래처럼 들린다. 문장은 안부를 묻고 대답하기 위한 것이지만, 제대로 된 소통 없이 반복되며 숨겨져 있던 배제의 뉘앙스를 드러낸다.
장재희의 작업에서는 단순한 범주로 논하기 어려운 어머니와의 관계가 다루어진다. 작가의 어머니가 ‘우리는 전생에 부부였나봐’라고 한 말은 의문으로 남아, 작업을 진행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전통적인 모성과 구별되는 문장의 의미는 두 사람의 사회적인 관계로 인해 가부장제의 계약으로부터 비켜나고, 전생이라는 전제와 얽히며 시간을 뛰어넘는다. 〈하나의 언덕과 두 개의 벽으로 이루어진〉은 어머니가 덮은 이불 둔덕을 찍은 사진이다. 금세 꺼질 듯한 비눗방울과 푸르스름한 새벽의 빛을 담은 사진은 프로젝터의 빛으로 좁은 공간에 비추어진다. 어머니에게서 느끼는 감정은 퍼포먼스를 통해서도 표현되었다. 전시장 한쪽 벽면의 텍스트는 퍼포먼스 〈이름 없는 사랑〉를 위해 그렸던 마인드맵을 재구성하여 옮긴 것이다. 그는 어머니와의 애틋한 감정을 여성 간의 우정과 사랑, 연인 사이의 로맨틱함에 빗대고, 구조화를 통해 감각을 미분하려 하지만 관계와 감정은 쉽사리 정의되지 않는 중간 지점에 와 있다.
무엇이든 자라나 드러나기 위해서는 적당한 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한 가지 단초에는 여러 갈래로 발현되는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실상은 긍정과 부정은 명징하게 구분되지 않고, 공기 중의 습기나 집단을 감도는 분위기처럼 나눌 수 없는 것이 섞여 있는 상태에 가까운 것이다. 세 작가는 급변하는 흐름 속에 멈추어 생각을 가다듬고 있다. 과거의 작품을 공유하고 공동의 경험을 만드는 시도는 남소연, 이원호, 장재희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 함께 고르는 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