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11월 문화가 있는 날 <미드나잇인뮤지엄> 행사 후기


11월 문화가 있는 날 <미드나잇인뮤지엄> 참여

20181129.



   



어제 선쌤에게 연락을 -하린아 민주야, 아트토크에 패널로 참석해볼래? 주제는 삶과 죽음, 그 사이의 단상이야’- 받고 문화가 있는 날 <미드나잇 인 뮤지엄>에 갔다. 설렘 30%, 두려움 70%이었다. 그래도 좋은 보석 하나를 얻는 경험이 될 것 같아 도전을 했다. 가기 전에 그래도 어느정도 준비아닌 준비를 해 가야겠다 싶어서 학교에서 친구들과 이리저리 죽음에 대해 토론도 해 보고 설문조사도 해 봤다.

 

1) 자연사의 정의가 뭐고 연령대가 특정 연령대만 해당되는 개념인가?

2) 자살은 나쁜걸까? 바람직한 죽음이 아닌가? 왜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자살예방교육을 받아오고 자살이라는 개념은 입 밖으로 꺼내면 떽!하고 혼이 나는 개념이지? 본인의 죽음을 차분하고 되짚어보고 주변 정리를 한다는 가정 하에 라면 이것도 하나의 죽음으로, 무턱대고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것은 성급하지 않을까?

3) 내가 죽기 얼마 전이라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행위()는 무엇인가?

4) 사후에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면 누구와 함께하고 싶은가?

 

  대충 이런 질문들을 안고 이강하 미술관에 도착했다. 정신없이 갔는데도 약간 지각. 그 와중에 민주가 나를 찾으러 가서 더 지연. 앞에는 포스를 풍기시는 할아버지 두 분과 옆에는 관객들, 망했다 싶었다.

  그렇게 처음에는 고구마 3개 연달아 먹은 심정 + 깨벗고 사람들 앞에 앉아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미드나잇 인 뮤지엄>이 시작되었다. 선쌤처럼 강약중강약의 여유가 능숙하신 이조흠 작가님이 서론을 열며 죽음을 주제로 한 여러 예술작품을 보여주셨다. 그 중에는 내가 잘 아는 데미언 허스트도 있었기에 긴장도 풀리고 신이 났다. 그 전까지는 그의 작품<a thousand years>가 살면서 나를 가장 크게 때린 작품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때 실제 살아있는 유기견을 미술관에 데려온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 나는 더 크나큰 때림을 받아버렸다. 그 작가는 도살당하기 직전의 유기견을 작가가 데리고 와 미술관에다 목줄로 묶어두고, 벽에는 -이 굶어죽기 직전의 개를 데려가고 싶은 사람은 데려가세요- 라는 문구를 크게 적어두었다. 당시 대중들은 -예술의 선을 넘어 도덕적으로 동물 학대 아니냐- 하고 거세게 그 작가를 비난했다고 한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이 전시 덕에 실제로 수많은 유기견들이 원치 않은 죽음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었고, 수 많은 관람객들이 위 작품을 접하기 전과 접한 후의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접하기 전의 자신과 접한 후 상처투성이의 여린 개를 안고 집에 돌아가는 자신은 확실히 다르니까.) 이렇게 한 예술 작품이 직접적으로수 많은 사람과 동물의 인생 전체에 큰 변화를 만드는 건 처음이었고, 작가가 되고싶은 열여덟 김하린의 작업 목표가 이렇게 하나 더 가닥으로 잡혔다.

  어쨌든 이렇게 작품들을 본 후 패널들과 관람객들이 죽음과 삶에 대해 가벼울땐 가볍게, 진지할땐 진지하게 흐름을 타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내가 나의 열다섯 서울여행 도중 자살하려는 사람을 살린 일과, 그 죽음의 순간에 태연하게 옆을 지나가던 어른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분위기는 갑자기 엄숙해졌다. 지금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나 아주 괜찮은데도 목소리는 제멋대로 떨렸고, 이 경험으로 인한 내 생각을 찬찬히 말하고 싶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그냥 경험담만 풀어놓는 것 같아 후회스러웠다. 하지만 그 뒤로 이리 저리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거쳐 내 앞에 멋진 검정 점퍼를 입고 계신 할아버지께서 내게, “말을 하기에 앞서 우선 그런 존경스러운 일을 하신 학생분,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향한 박수를 청하셨고, 말씀을 이으셨다. 자살하고 싶다는 사람들은 사실 그 누구보다도 살고 싶다고 외치는 중이라고. 이 말을 들은 후 미술관에 오기 전 가졌던 질문들과 살롱 내내 말하고 싶어 안절부절 못하던 것들이 바로 내 몸을 따뜻하게 감싸며 풀어없어졌다.

     지금도 어제가 되며 1시간에 49명이 죽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자살은 올바르지 못하다고 교육을 받아온 주된 이유는 <그 후로 남겨질 당신의 사랑들을 위하여> 인 것 같다.그 전까지는 나는 자살에 대해...

 

명진고등학교 2학년 김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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