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하의 작품세계로 보다...‘아!광주’
이강하미술관 2025 소장작품전 '아!광주"
'무등산' 연작과 '광주'를 향한 시선 담아
“무등산 등성이마다 자유의 들꽃이 만발하게 꽃피고, 정의의 강물이 도도하게 흐르며 통일에의 꿈이 비단길처럼 펼쳐질 수 있는, 아름다운 광주.”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우리는 또 한 번 ‘광주’라는 도시가 지닌 정신에 주목했다. 광주가 겪은 계엄의 고통과 항쟁의 경험은 오늘날의 시민들에게 무장한 계엄군과 장갑차를 온몸으로 막아설 용기가 됐고 다짐이 됐다.
오월시민군 이강하 작가의 뜻을 이어받아 운영되고 있는 이강하미술관에서는 이러한 사회 속 작가의 작품세계에 빠질 수 없던 ‘광주’라는 이름에 주목해 소장작품전 ‘아! 광주’를 올해 첫 전시로 선보이고 있다.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당시 강연에서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광주’라는 한 도시가 지닌 의미와 정신. 이는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됐다. 2025 이강하미술관 소장작품전 ‘아! 광주’에는 고 이강하 작가의 삶과 고민이 담긴 회화, 도예, 영상, 아카이브 자료 등 2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전시관에 들어서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건 그의 젊은 시절 모습을 나타낸 자화상 흉상 조각 작품이다. 1980년 당시 조선대학교 미술학과를 재학 중이던 작가는 계엄군에게 구타 당하는 시민들을 목격한 뒤 시민군으로 활동하게 됐고 이후 지명수배로 은둔생활을 했다.
이처럼 전시는 작가의 시선이 오랫동안 머물렀던 ‘광주’ 이야기와 ‘무등산’ 연작으로 구성됐다. 각 작품 옆에는 당시 나왔던 신문 기사와 그가 생전 작가노트에 썼던 글귀 등이 함께 배치돼 작품의 이해를 도왔다.
작가의 작품에서 80년 후반부터 작고 시까지 이어지는 주제는 ‘무등산’이다. 작가는 무등산의 자연풍경과 한국전통 단청무늬, 남도 오방색을 통해 자유와 평화, 민족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냈다.
그의 작품 속 불에 탄 잡풀들과 비단길의 흔적은 무등산과 남도의 역사적 상흔을 상징하고 여체들은 ‘인간과 자연의 합일치’라는 전통적인 사상을 다룬 한편으로 전통문화와 가치에 대한 자유로움과 순수성을 암시한다.
전시 제목과 동명의 작품인 ‘아! 광주’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까마귀로 표현된 5·18 희생자들이 하늘을 메우고 무등산을 배경으로 이들의 혼을 달래는 진혼굿과 사물놀이 등이 펼쳐지는 한 폭의 그림이 광주라는 도시에 대한 사유를 전한다.
이강하미술관은 “소장품 전시는 이강하미술관의 정체성을 수립함과 동시에 소장품의 관리·보존의 중요성 그리고 작고한 지역 작가 연구를 통해 ‘시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공감과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목적을 향해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아! 광주’ 전시는 광주 남구 양림동 이강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으며 오는 4월 30일까지 진행된다. 관람비는 무료다.
/ 유시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