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20250908_남도일보_시선 너머의 예술…감각의 경계를 허물다
|
|
작성일자
|
2025-09-09
|
시 선 너 머 의 예 술 … 감 각 의 경 계 를 허 물 다
‘모두의 미술, 소리와 미술관’ 展
10월 30일까지 이강하미술관
장애 인식 전환과 문화적 포용 실현
수어·점자 워크북…해설 프로그램 운영
문선희 作 ‘라니’(80x60㎝, Pigment print, 2022)
장애와 비장애, 기술과 인간, 기억과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다감각적 전시를 통해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전시가 마련됐다.
이강하미술관은 오는 10월 30일까지 ‘모두의 미술, 소리와 미술관’展을 열고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예술’을 지향하며 감각의 다양성과 문화적 포용성을 중심에 둔 무장애 전시를 기획했다.
이번 전시는 시각 중심의 기존 전시 형식을 넘어 청각·촉각·감정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시의 핵심은 ‘감각의 전환’이다. 장애 감수성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넘어, 열린 문화예술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현대미술의 실천적 접근이 돋보인다. 작품을 ‘보는’ 것에만 의존하지 않고, ‘만지고’, ‘느끼고’, ‘들으며’ 감상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식이 마련됐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각자의 감각을 통해 예술과 연결되며 서로 다른 몸과 경험이 예술이라는 문을 통해 공통의 언어를 발견하게 된다.
신미경 作 ‘풍화 시리즈’(석고붕대, 레진, 청동, 2023)
특히 전시장에는 쉬운 말과 큰 글씨로 구성된 안내문, 수어 해설 영상, 작품 음성 해설, 점자 워크북과 촉지도 등이 비치됐다. 작품 앞에는 점자 블럭이 설치돼 미술관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나 미취학 아동, 노약층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공간이 조성됐다. 이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미술관이 모두에게 열린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실현하는 장치다.
신미경 作 ‘풍화 시리즈’
참여 작가들의 작품 역시 감각의 확장을 중심으로 재구성됐다. 문선희 작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고라니의 얼굴을 기록한 사진 작품 ‘라니’를 선보인다. 10여 년간 촬영한 고라니의 초상은 각기 다른 생김새를 지닌 얼굴을 통해 ‘단 하나의 생명’으로서 존재의 가치를 환기시킨다. 관람객은 사진 옆에 설치된 촉각 작품을 만지며 입체적인 고라니 얼굴을 느낄 수 있고, 음성자막 영상으로 시각·청각장애인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신미경 작가는 비누라는 일상적 재료로 조각 작품을 제작해 ‘소멸’과 ‘순수’에 대한 예술적 질문을 던진다. ‘천사’, ‘풍화 프로젝트’, ‘육체를 떠난 영혼’ 등은 비누와 레진, 석고 붕대 등으로 만들어졌으며 시간이 지나면 닳거나 녹아 사라지는 특성을 통해 영원할 것 같은 조각의 허상과 시간의 흔적을 드러낸다. 관람객은 작품을 만지고, 마지막에는 세면대에 설치된 비누 조각으로 손을 씻으며 향과 촉각을 통해 예술을 경험한다.
‘모두의 미술, 소리와 미술관’ 포스터.
장전 프로젝트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감정 기반 미디어아트 ‘랜덤 포레스트’를 선보인다. 관람객의 얼굴을 카메라로 인식하고, AI가 표정을 분석해 ‘나만의 감정 그래프와 사운드’를 생성하는 이 작품은 인간의 감정과 기술의 조응을 시각·청각적으로 구현한다. 관람객은 작품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시각화된 데이터로 마주하며, 예술이 기술과 어떻게 공진할 수 있는지를 체험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광주에서 열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광주는 1980년 5월의 비극을 겪은 도시로, 국가폭력과 기억의 장소로서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증언해왔다. 전시가 다루는 ‘지워진 존재’와 ‘감각의 회복’은 광주의 역사성과 맞닿아 있으며, 예술이 기억을 불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 정유진 기자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