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
기후 환경·원주민·탈식민지 등 동시대 이야기
만져보고 경험해 볼 수 있는 체험형 작품들 선봬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둔 5일 비엔날레전시관에서 열린 프레스오픈에서 언론, 문화 관계자들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둔 5일 광주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에서 열린 프레스 오픈에서 본전시 작품들이 소개됐다.
전 세계 79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오는 7일 개막한다.
이숙경 예술감독, 렵력 큐레이터 케린 그리버그, 보조 큐레이터 임수영, 최장현이 기획한 이번 비엔날레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국립광주박물관, 호랑가시 아트폴리곤, 무각사, 예술공간 집 등 총 5개의 장소에서 펼쳐진다.
주 전시관인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은 환경친화적 모듈 구조로 만들어졌다. 특이한 점은 전시실 5에서부터 시작해 전시실 1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이라는 것. 주제를 탐구하는 다양한 신작과 신규 커미션이 선보인다.
광주비엔날레 제1전시실에 설치된 ‘영혼 강림’ 작품.
1전시 물을 활용한 설치작업 ‘영혼 강림’
제1전시실은 전체가 거대한 자연과 생태의 현장이 되어 관람객을 맞이하며 전시실 가운데는 물을 활용한 설치 작업 ‘영혼 강림’ 작품에서 회복의 기운이 감지된다.
물, 동굴, 평야, 산, 숲에 깃든 영들을 상상하는 불레베즈웨 시와니의 영상 철치작품 ‘영혼강림’은 전통적인 치유자로서 훈련을 받으며 얻은 개인적인 기억과 경험을 보여주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하는 새로운 장소특정적 설치작업을 함께 선보인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영적 기운들은 내 작업의 본질로, 이를 통해 우리 몸과 정신이 어떻게 땅과 물에 결부되어 있으며 이로부터 우리가 어떻게 태어나고 길러지는지를 깨닫고자 한다.
은은한 광륜을 주제로 한 제 2전시실은 5·18 민주화운동과 연관된 집단적 저항과 연대, 애도의 순간을 포착한 팡록 술랍(Pangrok Sulap)의 판화 ‘광주 꽃피우다’와 놀이패 ‘신명’과 협업해 5·18 당시 목숨을 잃은 사람들과 그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마당극 ‘언젠가 봄날에’도 재해석해 담아냈다.
제3전시실 ‘조상의 목소리’는 노에 마르티네스(Noe Martinez)의 ‘송이 3’과 열한 개의 도예 조각 작품들은 16세기 유럽인들에게 노예로 팔려 간 멕시코의 와스테크 선조들의 역사와 집단적 트라우마를 조명하고, 해안 생태·역사·산업을 음향으로 기록해 온 타렉 아투이(Tarek Atuoi)는 한국의 장인들과 협력해 악기 및 설치물을 선보인다.
‘일시적 주권’을 주제로 한 제 4전시실은 식민주의 영향이 현재진행형인 분야나 이주·디아스포라 등 보다 직접적으로 정치적인 문제를 다룬다. 베티 머플러(Betty Muffler)의 대형 회화 작업은 치유와 돌봄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살아가는 현실을 사유하는 아서 자파(Arthur Jafa)의 영상 작품 ‘LOML’은 애도와 비탄의 감정을 환기한다.
마지막 전시실인 ‘행성의 시간들’에서는 먹물이나 태운 한지로 만들어진 형태들이 화면에 깊이를 만들어내면서 명상적 공간을 구현하며, 바로 옆에는 주디 왓슨(Judy Watson)의 인디고 물감, 캥거푸 풀 등의 재료를 활용한 회화 연작을 비롯해 아마존 우림을 기록한 세밀한 드로잉 ‘풍요와 삶의 나무’ 등은 관람객을 마치 생태학적 환경에 놓이게 하면서 회복하고 치유하는 시간과 조우하게 한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둔 5일 비엔날레전시관에서 열린 프레스오픈에서 언론, 문화 관계자들이 직접 조형물을 만져보면서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엄정순 작가의 ‘코 없는 코끼리’
관람객들이 직접 조형물을 만져보고 경험해 볼 수 있는 염정순 작가의 ‘코 없는 코끼리’
엄정순 작가는 약 600여 년 전 인도네시아, 일본을 거쳐 한반도에 처음으로 들어온 코끼리가 전라도 끝 장도로 유배되는 수난의 여정을 따라가는 작업을 하면서, 그 경로 선상의 도시에 사는 시각장애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1996년부터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우리들의 눈’ 설립자이자 디렉터로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다르게 보기’의 세계를 제안하는 프로젝트의 첫 시작은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진행됐다.
지상에서 가장 큰 동물 코끼리를 다양한 방식의 작업 연장선에서 선보이는 ‘코 없는 코끼리’를 비롯한 설치작품은 관객들이 조형물을 만져보고,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역사와 우화 속 코끼리는 기존의 전형성, 정상성 또는 익숙함에 반하는 낯섦과 결핍의 메타포로 존재해 왔다. 시각장애 학생들이 청각과 촉각, 후각으로 느낀 코끼리를 표현한 조형물을 재해석하고 실제 코끼리의 크기로 대형화한 설치는 기형과 원형 사이를 넘나드는 형태를 통해 세상을 인지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볼 것도 제안했다.
코가 사라진 코끼리 형상들은 기존의 전형성에 가려지거나 배제되었던 존재들을 드러내며 결핍을 바라노는 작가의 관점을 보여준다. 각각의 조형물은 철 파이프 골조 위에 수천 장의 철판 조각으로 조립한 뒤, 130개의 섬유 조각으로 외피를 감싸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둔 5일 비엔날레전시관에서 열린 프레스오픈에서 언론, 문화 관계자들이 '바디스케이프' 작품에 참여해 드로잉을 하고 있다.
관객이 직접 만드는 작품 ‘바디스케이프’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여 만들어 나가는 작품도 주목해 볼 만하다.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의 선구적 역할을 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이건용 작가의 작업은 인간 신체의 무한한 수행적 가능성을 탐구한다고 알려졌다.
작가의 초기 작품들은 일정 시간 동안 신체적 제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건빵 먹기 같은 단순한 행위에 초점을 두었다면 후기 작품들은 특정한 지침을 따라 구성된 일련의 ‘이벤트’를 통해 공간과 시간, 행위를 하는 몸의 관계에 대한 보다 복합적인 사유를 보여준다.
흔적을 남기는 전략으로서 신체의 움직임을 활용하는 방식에 집중하는 작가는 이를 통해 퍼포먼스와 회화 간의 풍부한 관계를 탐구하게 된다.
1976년에 시작한 ‘바디스케이프76-3’ 연작을 참여형 작업으로 변주한다. 관객들은 작가의 지침을 따라 전시장 벽면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 참여자는 벽 옆에 서서 크레용이나 색연필을 쥔 손을 벽면 위에 올린 후, 손을 몸 바깥 방향으로 올렸다가 곡선을 그리며 자유롭게 떨어트리면 된다. 이후 참여자는 반대쪽 손을 이용하여 같은 시작점에서 같은 행위를 한 번 더 반복한다.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다양한 색깔, 모양, 크기의 흔적이 벽면을 가득 채우게 되며, 관객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바디스케이프’ 드로잉을 남길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재단 이숙경 예술감독이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외 다양한 세계 미술을 광주에서 만날 수 있는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은 8일까지 동시대 화두인 기후 문제와 자국 전통, 소수민족 문화 등을 아우르면서 본전시와 상호작용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공공 미술관, 대안 공간, 사립미술관 등 협력기관의 특성에 맞게 공명한다.
광주시립미술관, 이이남 스튜디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동곡미술관, 은암미술관, 이강하미술관, 10년후그라운드, 양림미술관, 갤러리 포도나무 등지에서 파빌리온을 만나볼 수 있다.
/유새봄 기자
/기사 URL : http://www.gjdream.com/news/articleView.html?idxno=6257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