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하미술관 이선 학예실장이 전시에 방문한 학생들에게 이누이트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나라 기자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캐나다 파빌리온 ‘신화, 현실이 되다’가 이강하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7월 9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서는 캐나다 북부에 거주하는 이누이트(에스키모)족 32명 작가의 드로잉과 조각 작품 90점을 만나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최초이자 가장 큰 규모의 전시로 이누이트 예비 및 신진 작가부터 중견 작가, 그리고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작가에 이르기까지, 캐나다 킨가이트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어온 이누이트 예술 작업의 단면을 볼 수 있다. 각 예술가는 5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문화적 표현 계보와 연결된 대표들이다.
한국과 캐나다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캐나다대사관이 참여했으며 웨스트 바핀 코어퍼레이티브 윌리엄 허프만이 전시를 기획했다.
에스키모로 알려진 이누이트 족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북쪽으로 2,500㎞ 떨어진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는 예술가 커뮤니티 ‘웨스트배핀 협동조합’이 있다. 이누이트 예술은 1940년대 캐나다에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누이트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1959년 웨스트배핀 협동조합이 설립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시관 입구에는 이누이트 예술의 창시자로 불리는 케노주악 아셰바크의 ‘해초 먹는 토끼’가 관람객을 반긴다. 이 작품은 아셰바크가 가죽가방에 스텐실로 새겼던 그림이다. 아셰바크의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 이누이트족은 동물, 식물, 자연물과 영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토템사상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토템사상이 담긴 작품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누이트족의 예술성은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선대에서 이어져 내려온다. 이누이트어 자체가 상형문자에 가깝다 보니 그림은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이자 역사를 기록하는 수단이다. 전시 작품의 대다수가 별다른 제목이 없이‘무제’ 로 불린다.
지난해 부산비엔날레에 참여했던 카버바우 매뉴미의 작품 ‘무제’도 흥미롭다. 매뉴미는 모든 동물을 의인화해 작품을 그린다. 사냥하는 자신과 아버지의 모습을 늑대로 형상화하기도 했으며, 입을 벌리고 울부짖는 늑대의 입에서는 새와 곰, 수달이 분수처럼 분출된다. 이누이트족과 동물, 식물 그리고 자연환경은 하나의 뿌리를 담고 있다는 의미다. 늑대는 새와 물개와 같은 다른 생명체로 바뀔 수 있다는 이치와도 이어지는데 이는 죽어도 생이 다시 반복된다는 동양철학의 윤회와 닮았다. 이러한 믿음은 카버바우 매뉴미의 ‘자화상’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사람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돌고래와 새의 모습이 담겼다.
현대미술이 눈에 보여지는 것을 그리려 한다면, 이누이트 예술은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을 상상해서 그려 넣고자 한다. 우리에게 신화는 미지의 세계지만, 그들은 현실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쿠비안턱 푸드라의 ‘무제’는 검은 새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군집을 이루고 있다. 한편으로는 데칼코마니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새의 눈동자가 조금씩 다르다. 어떤 새의 눈은 까맣게 칠해져 있고 또 다른 새의 눈은 빨갛다. 같은 색의 눈이라도 구멍이 뚫려있거나 크기도 제각각이다. 작품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가치관을 존중해준다는 이누이트 족의 정신이 담겼다.
한국의 단군신화처럼 이누이트 족의 신화를 표현한 작품도 만나 볼 수 있다. 이누이트 신화는 부족의 딸이 아버지의 충견과 결혼하고 나은 딸이 인어를 낳았다는 설이다.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언론상을 받은 슈비나이 애슈나의 동물시리즈와 풍경시리즈도 흥미롭다. 슈비나이 애슈나는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작가 중 한명이다. 슈비나이 애슈나는 매일 같은 시간에 작업장으로 출근해 그림을 그린다. 작품을 그리기 전 킨가이트 곳곳을 돌아다닌다.
오로지 펜 하나로 그린 풍경시리즈는 꽤 입체적이다. 그림은 위와 아래 옆에서 바라본 풍경의 시각을 다초점으로 담아냈다. 직접 목격한 풍경과 상상속의 풍경을 혼합해 그렸다.
동물시리즈는 아이팟을 끼고 있는 오리와 수달의 모습이 꽤 유쾌하게 다가온다. 젊은이들이 아이팟을 끼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그린 그림이다. 풍경시리즈와는 또 다른 그림체로 색다르다. 이 작품은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다.
이누이트족의 예술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도 한 곳에 마련됐다.
이누이트 족 작품의 특징은 펜과 색연필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작품들은 동화적이면서도 순수하다. 한눈에 보기에도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전시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매일 오후 3시 작품 해설도 하고 있다. 이외 10명 이상 단체 관람시 사전예약을 하면 무료로 전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쿠비안턱 푸드라 ‘무제’

카버바우 매뉴미 ‘무제’

카버바우 매뉴미 ‘무제’

이강하미술관 한켠에 마련된 이누이트 예술 아카이브
/이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