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
국·내외 50만 명 방문 국제적 위상 제고
세계 각국 79 작가 참여 평등한 시선 반영
내년 비엔날레 ‘판소리 ~’준비 잰걸음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가 9일 폐막했다. 원로·신진, 여성, 원주민 출신 등 세계 각국 79명(팀)이 참여 한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다층적이면서 평등한 시선을 담았다. 세계 각국의 국가관인 파빌리온을 확대해 지역 공공 미술관과 사립미술관 등 협력기관의 특성에 맞게 매칭하면서 양 기관의 교류를 촉진하는 등 괄목한 성과를 냈다. 코로나 19로 지난 2020년 9월 행사가 2021년 4월로 연기되면서 광주비엔날레는 올해 4월에 이어 내년 9월 연달아 열린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폐막과 동시에 제15회 광주비엔날레의 시작을 준비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양우 대표를 만나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소회와 내년에 열리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방향성을 들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폐막했다. 올해 비엔날레 자평 한다면.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주제로 열린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물 흐르듯 차분한 전시로 성찰하고 치유받는 시간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미술계와 관람객의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이번 전시는 약 50만 명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았다.
-기존 광주비엔날레와 달랐던 부분은.
▲첫 번째로 전시 주제가 관객들에게 포근하게 다가갔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 주제인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전환과 회복의 가능성을 가진 물을 하나의 은유이자 원동력, 혹은 방법론으로 삼고, 우리가 사는 지구를 저항과 공존, 연대와 돌봄의 장소로 상상해 볼 것을 제안했다.
두 번째로 15년 만의 한국인 예술감독 선임과 동시에 해외와 국내를 아우르는 큐레이팅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이숙경 예술감독은 ‘이주민 큐레이터’라는 개인의 경험에 기반해 원로 및 신진, 여성, 원주민 출신 등 다세계 각국 79명(팀) 작가의 서로 다른 세대와 문화적 배경, 지역을 바탕으로 동시대 예술을 실천하는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며 다층적이면서 평등한 시선을 전시에 녹여냈다.
-높은 국제적 위상에 비해 국내에서 바라보는 광주 비엔날레의 관심도가 낮다. 어떻게 생각하나.
▲광주비엔날레의 국제적 위상은 높다.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비엔날레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광주비엔날레의 국제적 위상은 광주비엔날레를 거쳐 간 이들이 세계 미술계에서 더욱 주목받는 스타로 떠오르는 ‘비엔날레 효과’에서도 알 수 있다. 최근의 예로 이숙경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 맨체스터 대학의 휘트워스 미술관장으로 선임됐고, 광주비엔날레 감독을 거쳐간 마시밀리아노 지오니와 오쿠이 엔위저 감독은 베니스비엔날레 감독으로 활약했다.
다만 대중적인 축제가 아니다 보니 광주시민들의 관심도가 낮다. 국제적 위상이 높은 광주비엔날레가 광주에서 개최된다는 점만으로 시민들이 자긍심을 느껴도 될 만큼 높은 위상과 가치가 있다.
지난 1895년 창설된 베니스비엔날레와 비교하면 광주비엔날레는 29년 차로 아직 어린나이다. 시간이 축적된다면 모두에게 사랑받는 전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재단도 시민들이 광주비엔날레에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전시 안내 및 해설, 다양한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겠으니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광주 전역으로 확장했다. 그 성과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본전시 이외에 세계 각국의 국가관인 파빌리온을 통해 광주 전역을 역동하는 동시대 미술 현장으로 엮어냈다. 이번 파빌리온은 캐나다, 중국, 프랑스, 이스라엘,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스위스, 우크라이나 등 총 9개국이 참여해 역대 최대규모로 치렀다. 지역 공공 미술관 혹은 대안 공간, 사립미술관 등 협력기관의 특성에 맞게 각 국가와 매칭하면서 양 기관의 교류를 촉진하는 성과를 냈다.
캐나다 파빌리온이 열리는 이강하미술관, 프랑스 파빌리온의 양림미술관, 폴란드 파빌리온의 갤러리 포도나무, 스위스 파빌리온의 이이남 스튜디오 등 일부 파빌리온이 양림동에 밀집되면서 도시 문화예술 관광 활성화 성과도 냈다.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인 2024년에는 파빌리온을 2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제적 위상 제고 ▲광주를 국제적 미술 메카이자 플랫폼으로 육성 ▲외국 관람객 유치 ▲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이 기대된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이 1회만에 폐지됐다. 그간 시상이 단발성으로 끝나는 사례가 잦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은.
▲광주비엔날레는 그동안 몇 가지 시상제도를 운영,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중단했다. 박서보 화백이 후배 예술인을 지원하려는 취지로 거액을 흔쾌히 기부해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을 새롭게 제정했다. 하지만 개인의 이름을 딴 시상에 대한 일부 미술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폐지했다. 앞으로 각계의 의견을 들어 시상제도 전반에 관해 검토해 나가겠다.
-내년에도 광주비엔날레가 열린다. 준비는 어느 정도 됐나.
▲재단은 그동안 코로나로 순연된 제14회 행사 준비와 함께 제15회 행사도 동시에 준비하는 등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해 왔다.
특히 코로나가 진정되면서 원래대로 짝수 연도 9월로 정상복귀하는 내년 15회 광주비엔날레는 재단 창설 30년이 되는 뜻깊은 해로 예술감독 선임에 심혈을 기울였고 지난 5월 세계적인 비평가이자 큐레이터 니콜라 부리오 씨를 선임했다. 최근 비엔날레의 주제 및 방향성을 발표하는 등 내년 전시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른 살 되는 비엔날레 기대된다. 현재까지 그려진 밑그림이 궁금하다.
▲창설 30주년을 맞아 열리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인류 문명사에 전위적인 담론을 발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전시는 인류세라는 전환의 시대에 지구상 공간을 어떻게 조직해야 할 것이며, 인간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정착을 하고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집단지성적인 화두를 던지는 비엔날레다운 전시가 될 것이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주제인 ‘판소리 - 21세기 소리의 풍경화’는 한국 전통 음악 형식인 판소리를 은유로 인류의 보편적인 현안인 공간을 탐구한다.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부르는 소리인 판소리를 은유로 해 인류 보편적이면서도 일상적인 공간에 대한 의제를 형성하면서 지역성과 세계성을 아우르는 실험적인 전시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인간의 여러 활동으로 포화된 행성의 현상을 다루는 ‘라르센 효과’, 복잡성과 다양성을 다루는 ‘다성음악’, 우주와 분자 세계에 대한 탐색인 ‘태초의 소리’라는 3개의 구조와 함께, 이러한 전시의 반향들이 광주 전역에 울려 퍼지고 도시 곳곳의 예술 프로젝트인 ‘울림’까지 조화를 이루면서 동시대 지속가능한 공간을 재조직할 예정이다.
-창설 30주년 광주비엔날레 어떠한 메시지를 담을 것인가.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이슈는 많다. 기후 변화, 소수자, 근대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 등 여러 주제들이 나와 있다. 어떤 시각에서 예술적으로 풀어나갈 것인지는 중요하다. 내년 전시는 인류 보편적인 공간에 대한 주제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매우 담론지향적인 전시라고 할 수 있다. 포화된 공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성찰과 그리고 인간과 비인간, 무한대의 공간에 대한 탐색 등이 이뤄질 것이다. 내년에는 광주가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는 ‘국제 미술 도시’로 도약하는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미술다운 미술이 맘껏 꽃피울 수 있는 각국의 세계 미술가들이 선망하는 꿈의 비엔날레, 세계 미술의 동향을 가늠하고 이끌어가는 세계 최고의 비엔날레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 내년에 열리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에도 많은 관심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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