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본전시 8곳, 파빌리온 5곳 펼쳐져
양림쌀롱에 전시된 마리나 로젠펠드의 작품 ‘뮤’. 광주비엔날레 제공.
이번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은 비엔날레 전시관을 벗어난 외부 전시와 30여 개 파빌리온이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양림동’은 8개 외부전시와 5개 파빌리온이 열리고 있어 도심 속 비엔날레를 즐기기 제격이다.
본전시와 연결된 8개 외부전시
‘양림-소리숲’은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다채로운 사운드 스케이프로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양림문화샘터,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 한부철 갤러리, 한희원 미술관, 양림쌀롱, 옛 파출소 건물, 빈집,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 8개 공간에서는 다양한 협업 작품과 소리 프로젝트를 만나볼 수 있다.
마리나 로젠펠드의 작품 ‘뮤’가 전시된 양림쌀롱은 턴테이블에 익숙한 세대라면 흥미를 가질 만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턴테이블 바늘이 LP판 위에서 생기는 마찰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리를 담은 영상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부철 갤러리에 설치된 안젤라 블록의 ‘다이내믹 스테레오 드로잉 머신’. 광주비엔날레 제공.
한희원미술관에서는 한국 전통 악기인 양금 악보를 서양식 오선보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담은 김영은 작가의 비디오 ‘오선보 이야기’가 전시된다. 소리와 듣기가 특정한 역사적 맥락에서 인식되는 과정, 악보 번역 과정에서 잃어버린 소리를 다시 찾아가는 노력들이 담겨 있다.
양림문화샘터 2층에서는 광주 출신 김자이, 김형숙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자이 작가는 이곳에서 로즈마리, 바질, 민트 등 허브를 재배한 뒤 마을 카페에 음료 재료로 사용하는 친환경적 소비 대안을 제시한다.
사단 아피프가 참여한 옛 파출소에는 판소리 명창 김소라와 협업한 ‘영원의 파빌리온’이 전시돼 있다. 작가는 잃어버린 권위와 인권을 찾길 바라는 마음을 이곳에 담아냈다고 밝혔다. 바닥에는 ‘다시 찾았도다’라는 알루미늄 동전 작품이 흩어져 있다.
양림문화샘터 2층에 전시된 김자이 작가의 작품. 광주비엔날레 제공.
본전시에도 작품을 전시한 미라 만 작가는 이곳 양림동 빈집에도 다양한 작품을 연결해놓았다. 판소리 ‘심청가’를 재해석해 개인의 기억, 이주, 가족 희생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엄마의 기억은 다를 수도’, 장지로 덮인 방에 붓글씨를 쓰게 하는 참여형 퍼포먼스 ‘음의 눈, 눈의 음’ 등 여러 개의 방과 옥상 외부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호랑가시나무언덕에 위치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는 작가 4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줄리앙 아브라함 또가의 ‘바이오스포크’, 6개의 발광 안테나와 4개의 스피커로 이뤄진 전형산의 ‘불신의 유예 #3’, 리디아 오라만의 ‘희망의 집 아카이브’, 손수민의 ‘3개의 스마트폰, 22개의 충전기, 4개의 콘센트’를 선보인다.
한부철 갤러리에 설치된 안젤라 블록의 ‘다이내믹 스테레오 드로잉 머신’은 전시장에 울리는 음악에 반응해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린다. 음악 리스트는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작가들에게 “지금 당신의 내면에 어떤 소리가 울려 퍼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후 받은 노래들로 선별됐다.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에는 안드리우스 아루티우니안의 ‘무제’가 전시되고 있다. 즉흥연주곡을 느리게 재녹음해 재생한 작품으로 ‘시간의 소리’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 전시된 줄리앙 아브라함 또가의 ‘바이오스포크’. 광주비엔날레 제공.
5개국 파빌리온
‘양림-소리숲’ 전시 외에 5개 파빌리온이 양림동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씨움에 있는 덴마크 파빌리온 ‘쇼케이스’에서는 덴마크에서 가장 유망한 청년 작가 4명의 작품을 마주할 수 있다.
이이남 스튜디오에서 진행되고 있는 폴란드 파빌리온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기보다는 내적인 평화와 깊은 사유를 중시하는 ‘정적 쾌락’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양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캐나다 파빌리온은 ‘고향과 또 다른 장소들’을 주제로 광주 기반 작가들과 캐나다 이누이트 작가들의 협업 작품을 전시한다.
이강하미술관의 오스트리아 파빌리온은 갤러리를 클럽으로 변모시킨 ‘클럽 리에종’을 선보인다. 보라색 라텍스 물결로 덮인 갤러리에서 관람객들은 작가가 영감을 받은 캬바레를 경험할 수 있다.
광주라는 도시에서 회복을 위한 공간을 탐색하는 스페인 예술(양림동 펭귄마을 공예거리 22동)의 ‘휴; 안방’은 가정을 안식처로 상기시키는 작품이 전시돼 있다.
/유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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