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광주시 남구 양림동을 걷다 보면 정율성 거리, 이장우·최승효 가옥, 펭귄마을 등 사색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문화공간들을 만날 수 있다. 매년 가을 열리고 있는 인문학축제 ‘굿모닝 양림’은 시낭송·음악 공연이 주를 이루며 양림동 분위기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곳곳에 자리잡은 미술관·갤러리는 역사문화마을을 만드는 데 한몫하고 있다. 배동신, 황영성, 우제길, 이강하 등 많은 화가들을 배출한 양림동에는 한희원미술관, 양림미술관, 515갤러리가 발길을 모으고 있다. 내년에는 ‘이강하 미술관’(가칭)이 문을 열어 양림동 문화향기를 더욱 진하게 할 예정이다.
광주시 남구는 국·시비 등 예산 약 10억원을 투입, 옛 양림동주민센터 건물을 리모델링해 ‘이강하미술관’을 내년 개관한다고 밝혔다.
미술관은 이강하 유족이 작품 약 500점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남구에 전하며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2층(전체 400㎡) 규모로, 전시실을 비롯한 회의실, 체험실 등을 갖춘다. 1층에는 방문객들이 잠시 쉴 수 있는 카페테리아도 조성된다.
이번달 설계 용역이 끝나는 대로 공사에 들어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 개관할 예정이다.
남구는 추후 유족측과 공식적으로 MOU를 체결하고 세부적인 운영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이강하 작품 상설전시 뿐 아니라 지역작가 기획전을 열고, 영암 하정웅미술관 등 다른 미술관들과 교류전도 구상하고 있다.
영암에서 태어난 이강하 작가는 양림동에서 약 30년간 머물며 작품활동을 했다. 무등산과 영산강, 가족을 소재로, 역사적 한과 통일을 향한 염원을 사실주의적 방식으로 캔버스에 담았다. 화집 5권을 발간하고, 개인전 8회, 그룹전 100여회에 참여하는 등 많은 작업량으로 유명하다.
또 광주일보에 1993년 중남미, 1997년 인도 등 두차례 여행 특집을 싣는 등 지역 언론에 해외 역사와 문화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조선대 미술교육과 1학년이었던 1980년 5·18때에는 시민군으로 활약하며 1개월간 옥고를 치루고 2년여 지명수배를 당했다. 5·18기념재단 회원, 광주시체육회 펜싱협회 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아들 이조흠씨도 ‘2016광주비엔날레 포트폴리오 리뷰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