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들꽃같이 만발하고 통일에의 꿈이 비단길 같이 펼쳐지며 평화가 무지개처럼 피어오를 때 우리 땅을 밟고 당당히 걸어서 다시 너를 만날 날을 기약해 보면서…"
(1994년, '아, 천지(무등에서 백두까지' 제작 노트 중)
광주 5·18 시민군이자 무등산을 그리던 화가였던 고(故) 이강하(1953~2008) 화백은 평생을 민주화와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작품을 그렸다. 그는 평화가 전 인류가 함께 공유하고 지고의 가치인 것이며 문화, 평등이요 자유 그 자체라 봤다. 이런 그의 작품은 강한 단청무늬와 오방색 등 화려한 색감과 치밀한 묘사가 압도하는 대작으로 각인됐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이강하미술관에서는 오는 5월 7일까지 이 화백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와 염원을 다시한번 느껴볼 수 있는 '100년의 염원, 광복의 꿈길'전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민주화와 평화, 통일을 염원하며 그린 이 화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빼곡하게 늘어서 있는 이 화백의 작품 4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한쪽에 마련된 '무등산-천지인'과 '비무장지대(DMZ)-염원' 등 작품에서는 단청무늬 오방색과 함께 무등산과 광주를 지키는 여성의 누드 등을 통해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냈다. 곱디 고운 비단길을 따라가면 금세 평화통일이 이뤄진 꿈의 '이데아' 세상에 다다를 것 같은 이 화백의 의지를 살필 수 있다. 그의 작품 속 무등산은 현실 너머의 존재다. 그는 이 산을 구원의 땅으로 살아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궁긍적인 이상향을 삼았다.
또 무등산을 향해 뻗어나가는 화려한 비단길을 통해 조국통일의 염원을 담아내고 있다. 이 비단길은 3·8선을 넘어 백두산까지 뻗어나가는 '통일로 가는 길'을 상징한다. 그는 현실적인 모든 제약을 극복하고 곧게 뻗어나가는 이 비단길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미래라고 봤다.
'맥(脈)-역사', '맥(脈)-아(我)', '천지인-역사' 등 작품에서는 가늘고 긴 대를 엮어 만든 '발'을 넘어 보이는 세계를 통해 이 화백이 드러내고자 한 이상의 세계가 담겼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지난 1992년에 제작한 '아! 천지(무등에서 백두까지)'와 1990년대 백두산 천지 방문 아카이브 사진과 친필 소감문 등도 함께 선보여 눈길을 끈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기획전은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민주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기획전이다"며 "기념전시와 함께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5·18민주광장에서 광주시민과 예술가들이 참여해 100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옥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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