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중2 때 집 앞에 있던 피아노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악기 연주와 함께 작곡도 하게 됐죠. 2014년에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모아둔 미발표작을 묶어 1집을 내고 지난해 2집도 발매했네요. 현재는 작곡과 연주뿐만 아니라 공연기획까지도 하고 있습니다. 전공자는 아니지만 음악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지금까지 달려왔어요.”

지역의 스토리를 음악에 접목해 활발한 작곡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곡가 이승규(36)씨는 최근 김냇과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정규앨범 1집 ‘로망스’(2014)와 2집 ‘광주’(光州)(2018)를 발매한 바 있다. 양림동을 비롯한 광주 곳곳을 누비며 지역의 역사와 명소, 인물 등을 다룬 음악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양림동에서 펼쳐진 양림쌀롱을 통해 작곡한 작품들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면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에 뛰어들었으며, 양림동에 자리한 이강하미술관과 협업한 연주 무대를 2018년부터 꾸준히 선보이는 등 작곡과 연주회를 병행하고 있다. 

이승규씨는 학창시절 음악 시간에 베토벤 교향곡을 접하고 클래식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해 영국의 클래식 레이블 데카(DECCA)와 독일 폴리그램(PolyGram 현 유니버셜 뮤직) 등 메이저 레코드사의 클래식 시리즈 카세트테이프를 하나씩 모으며 음악의 꿈을 키웠다고 회상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랐다는 이승규씨는 클래식 음악이 지금은 고전음악이지만 당대에는 사회상이 반영된 최신 음악이었다면서 광주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지역의 이색 스토리에 기반해 주제가 있는 음악을 선보이는 이유라고 했다. 화가가 자신의 심상을 그림으로 나타내듯, 자신은 작곡으로 표현, 사람들에게 들려준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곡을 통해 광주의 정신과 문화예술의 향기를 다시금 느낄 수 있기를, 지역에 흥미와 애향심을 갖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그의 이런 마음은 앨범에 고스란히 담겼다. 학창시절 그가 작곡한 8곡이 수록된 1집 ‘로망스’에 이어 양림동과 광주의 24곡이 담긴 2집 ‘광주’에는 ‘양림의 거리’를 테마로 작곡한 피아노 모음곡 12곡이 담겼다. 여기에는 광주 최초의 클래식 공연이 열린 오웬기념각을 비롯해 펭귄마을과 충견상(忠犬像), 이장우 가옥, 충현원, 다형다방, 순교자 묘원, 우윌슨 선교사 사택 등 양림동 일대의 건축물과 장소가 소재가 됐다. 또 양림동 출신 시인 김현승과 화가 한희원, 작곡가 정추 등으로 범위를 넓히고, 광주의 상징 무등산과 월봉서원, 의병장 김덕령 등을 다루는 다채로운 곡들도 수록됐다. 

이처럼 그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구사하면서 미술작품을 기반으로 화가들과 협업해 작곡하기로도 알려져 있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