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에 나와 세계에 대한 고찰 담았죠”
광주서 25년 작업 선보이는 퍼포먼스 예술가 김광철씨
20일부터 광주서 ‘글로벌아트투게더 ' 쇼케이스
1년간 유럽무대서 진행할 ‘무빙 뮤지엄 ’ 전초전
퍼포먼스 예술가로서 김광철씨가 남긴 예술적 기록들은 독특하다. 독창적이지만 가끔 기괴하다. 그의 작품은 미술관이나 공연장보다 길바닥에서 자주 펼쳐진다. 시멘트 바닥에 엎드린 채 얼굴로 나무의자를 질질 밀고나가는가 하면, 한눈이 가려진 자신의 머리를 끈으로 칭칭 동여매거나, 노란 꽃 한송이를 질근질근 씹어먹기도 하고, 관객이 무대로 올라와 그의 민머리와 얼굴에 매직으로 글을 남기기도 한다.
전남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미술작가 보다 퍼포먼스 예술가로 살아가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학창시절 부적응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었습니다. 대학을 가서도 극복이 안되더군요. 치유 목적으로 시작한 명상을 동적 명상으로 형태를 바꿨다가 퍼포먼스까지 발전시키게 됐어요.”
대중앞에 서면 따라오는 극도의 긴장감을 어떻게든 떨쳐내고 싶었다. 1993년, 닫힌 공간에서 남모르게 행해졌던 동적명상을 전남대학교 인문대학 벤치 앞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다. 그가 대중에 앞에서 선보인 첫 퍼포먼스였다. 극도의 긴장과 두려움을 평온함으로 전환시키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누가 보든, 뭐라고 하든 신경쓰지 않고 가슴이 시키는대로 몸을 맡겼다. 슬프면 슬픈대로, 흥이 오르면 흥이 오른대로. 그의 퍼포먼스가 수만가지 인간의 감정만큼 다채로운 이유다. IMF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찾아왔고 미술작가와 퍼포먼스 예술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주저없이 퍼포먼스 예술가를 선택했다.
“치유 목적에서 시작했지만 퍼포먼스를 거듭 할수록 퍼포먼스 예술가의 길을 가야 하는 이유를 찾게됐어요.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성찰이 그것이죠. 퍼포먼스를 통해 나와 세계에 대한 성찰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 제가 이 작업을 하는 목적입니다.”
광주에서 시작, 25년간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퍼포먼스의 메카로서 광주가 얼마나 매력적인 도시인지 확인했던 것은 또 다른 결실이다.
“30대가 됐을때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왜 이 땅에서 가치를 받는 것인지 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퍼포먼스를 다른 도시에서 했을때와 광주에서 했을때 반응이 다릅니다. 광주와 비슷한 아픔을 겪었던 폴란드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했을때와 다른 국가에서 진행했을때도 반응이 다르죠.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는 이들은 그것을 건드렸을때 사유를 다르게 해요. 이게 반응의 차이를 가져오죠.”
25년간 진행해 온 퍼포먼스의 결정체로 5년간 준비한 ‘무빙 뮤지엄: 홍익인간’의 첫 발을 광주에서 내딛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일부터 25일까지 광주 이강하미술관, 궁동 예술의 거리,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일대에서 열리는 ‘글로벌아트투게더:마주보다(Global Art Together: Face to Face)’ 프로젝트는 이르면 2021년 유럽을 무대로 진행되는 ‘무빙 뮤지엄:홍익인간’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자리다.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미국, 한국 등 6개국 아티스트와 큐레이터 10명이 참여하는 이 행사에서는 세계 각국 아티스트들이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세계 각지의 문화예술이벤트와 축제 등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세미나가 열린다. 국지적인 예술 나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 간 경계를 넘나드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광 퍼포먼스 아트 아카이브 전시, 시민들이 참가자들과 교감할 수 있는 ‘프랜드 멤버쉽 33’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쇼케이스를 마친 후 김광철씨는 본격적으로 ‘무빙 뮤지엄:홍익인간’을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예술로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의미를 담은 ‘무빙뮤지엄:홍익인간’은 대형 캠핑카 2대를 플랫폼 삼아 6개 대륙 출신의 큐레이터와 예술가 2000여명이 참여, 1년간 80여개의 유럽 도시를 순회하며 도시 간 예술을 향유하는 한국 주도의 글로벌 프로젝트다.
김광철씨는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표현과 교감은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각성과 함께 새로운 가치관의 모태가 될 것”이라며 “‘무빙뮤지엄 홍익인간’ 프로젝트를 위한 첫 단추인 ‘ 글로벌아트투게더 : 마주보다’ 는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의미와 가치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독일 요하네스 딜린링의 퍼포먼스.
전남일보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