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 5·18 40주년을 준비하는 문화수도 광주
31년간 개최된 오월전, 올해 ACC서 대형 행사로 준비
지역 10여개 미술기관 비롯 전국 미술관, 갤러리 동참




올해는 5·18 40주년을 맞는 해이다. 80년 5월 신군부의 잔혹한 진압 와중에도 ‘고고성’을 울린 이들은 불혹의 나이가 됐다. 결코 짧지 않는 그 시간 동안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1980년 5월 광주’가 보여주었던 것들, 폭력에 대한 저항, 이상적인 공동체의 모습,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헌신하는 인간애 등 숭고한 가치는 온전히 지켜지고 있을까. 혹 입버릇처럼 되뇌어지는 상투성에 뒤덮이지는 않았는지 성찰이 필요한 때다.
40년이 다되도록 5·18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광주안에만 갇혀있지 않고, 전국으로, 세계로 무한히 뻗어갈 수 있었던 것은 매 시기마다 현재적인 의미를 부여해왔던 이들 덕분이다. 그 중심에는 ‘오월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었다.
5·18을 예술로 증언해 온 이들에게 2020년은 더 없이 의미있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를 넘어 전국으로 오월정신을 확산시켰던 이들의 의미있는 프로젝트에 올해에는 광주 뿐 아니라 전국, 해외의 미술기관들이 함께 동참한다. 본보에서는 신년특집을 시작으로 10회에 걸쳐 ‘5·18 40주년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준비하는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31년간 매년 개최된 ‘오월전’


1980년 5월을 목도한 광주·전남의 청년 작가들은 엄혹했던 시절과 맞서며 1988년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를 결성, 이듬해 광주민중항쟁을 기억하기 위한 첫 오월전을 치러냈다. 이후 단체의 이름과 형태들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31년째 해마다 오월전을 개최해 왔다. 작가들 대부분 절차탁마를 위한 자기 작업시간을 쪼개 망월묘역 또는 금남로 거리 등지에서 광주의 5월을 예술로 품어내고, 이를 많은 이들에게 알려 왔다. 이러한 5월 관련 미술작품의 제작과 전시는 5·18 광주정신을 추상에 빠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광주시민들은 물론 전국 각지의 탐방객들은 오월전과 광주통일미술제에 전시된 작품들을 통해 진정한 ‘광주’를 느낄 수 있었다.
1990년 ’10일간의 함성 10년간의 역사’전을 비롯해, 1991년 ‘오월에 본 미국’전, 1992년 ‘더 넓은 민중의 바다로’전, 1995년 ‘5·18특별법제정을 위한 35인 가해자 얼굴’전, 1997년 ‘만인의 얼굴’전, 2005년 ‘광주, 9개의 창’전, 2006년 ‘광주, 한반도 ing’전, 2010년 ‘오월-그 부름에 답하며’전, 2018년 ‘촛불이여, 오월을 노래하라’전, 2019년 ‘빨간메아리’전 등 매년 10일간의 짧은 전시기간동안 다녀간 관람객은 매년 수십만명에 이른다.



항쟁 중심지에서 마련되는 특별전
2020년 5·18 40주년에는 오월전의 31년을 돌아보고 오월미술의 미래를 여는 자리로 마련될 예정이다.
과거와 미래를 똑바로 바라보자는 의미에서 전시주제도 ‘직시(直視)’라고 정했다. 주요전시는 항쟁의 중심지였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마련된다.
현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자리하는 옛 전남도청이라는 ‘장소’는 5·18광주민중항쟁의 상징이다. 시민군의 거점이자 5·18공동체의 자치공간 이었고, 악의 폭력에 굴복하지 않고 최후까지 저항했던 성소이다. 그간 오월전이 금남로 거리, 옛 전남도청사, 망월묘역 등 5·18의 기억이 스민 공간에서 치러졌던 것은 역사적인 ‘장소’가 지니고 있는 강한 울림 때문이다. 역사적인 장소는 그 자체로 메시지(message)를 주는데, 이 ‘장소’와 ‘예술’이 만나면 그것은 증폭되기 마련이다. 어떤 ‘장소’를 과거의 기억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현재적 의미로 환기하고 재해석하는 행위는 예술이라는 상상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지역미술계의 의미있는 동참
전시는 5월 기간인 5월 7일부터 20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외에 광주시립미술관금남로분관과 무등갤러리, 미로센터에서 열린다.
오월미술제 추진위원회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주최하는 이 행사에는 롯데갤러리와 메이홀, 이강하미술관, 양림미술관, 예술공간 집, 은암미술관, 여성재단미술관, 생각상자, 호랑가시아트폴리곤 등 광주의 미술기관들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참여한 미술기관들은 ‘오월정신’전을 주제로 저마다 40돌을 맞은 5월을 기념하는 전시를 기획중이다.
전시에는 광주 뿐 아니라 전국, 해외기관에서도 참여가 늘어날 전망이다. 주최측은 서울, 부산, 강원, 충북, 경남, 울산, 제주 지역 미술기관들의 참여를 섭외중이다.



대규모로 펼쳐질 ‘2020 오월전’


전시는 본전시와 특별전, 연계전시, 시민참여, 학술포럼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본전시는 메인 주제인 ‘직시’를 본격적으로 풀어내는 자리다. 무등갤러리, 미로센터, 광주시립미술관금남로분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마련되며 5·18이 남긴 의미를 ‘항쟁’, ‘주먹밥’, ‘파문’을 주제로 3개 섹션에 걸쳐 전시된다.
특별전은 ‘민주평화’전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 6관에 마련되며 아시아인권평화전과 1995년에 전시된 바 있는 ‘518 가해자 얼굴’전을 감상할 수 있다. 연계전인 ‘오월정신’전은 광주뿐 아니라 전국에서 참여하는 미술기관들의 기획전시를 감상하는 자리다.
전시 외에도 시민참여와 학술포럼도 개최된다. ‘오월 그날 후 그날 WHO’를 주제로 열리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에서는 시민들이 참여해 ‘꼭두인형과 거리행진’을 선보이며, 오월어머니와 작가, 시민들의 참여로 문화예술교육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학술세미나는 오월미술에 관한 담론과 오월길 답사, 작가토크로 진행된다. ‘오월과 미술’을 주제로 열리는 담론에서는 조인호씨와 후루카와 미카, 양초롱씨가 패널로 참석해 40주년을 맞는 오월미술과 아시아, 인권, 저항예술에 관한 담론을 나눈다. 이어 작가토크에서는 오월과 작가의 삶, 들불열사 윤상원, 광주통합병원, 505보안부대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오월미술제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광주는 역사의 기억, 5·18 정신이 지닌 철학적인 가치, 그 땅에 발 딛고 부대끼고 살아오며 삶과 예술의 만남을 꿈꿔왔던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며 “올해 오월전에선 이름난 작가중심이 아닌 개별 작가와 집단의 창작이 어우러지는 역동성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