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 5·18 40주년 준비하는 ‘광주藝街’ <1>이강하 미술관
시민군 이강하 화백 미공개 판화작품 대거 전시
수감당시 일기, 수사기록 등 아카이브도 선봬






고(故)이강하 화백의 작품은 평화, 자유의 철학을 담고 있지만, ‘오월광주’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때문에 생전 그가 ‘민중미술작가’였음을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이 화백 역시 자신이 ‘민중미술작가’로 불리워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5·18 희생자들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이다.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이 화백은 시민군으로 참여했었다. 고향 영암에 부모님을 뵈러가던 중 광주의 참상을 전해들은 이 화백은 발길을 돌려 광주항쟁에 동참했다. 목포와 해남의 무기고를 털어 시민군에 무기를 조달한 그에겐 ‘특수강도 등’의 죄목이 붙었다.
꼬박 1년을 복역하고 출소했지만 자유를 얻진 못했다. 수년간 감시의 눈들이 이 화백을 따라다녔고, 이로 인해 생계를 잇는데도 지장이 따랐다.
시민군으로 활약했던 5월의 참상과 아픔은 이 화백만의 노트에 빼곡히 기록됐다. 복역 중에 차마 털어놓지 못했던 마음 속 응어리와 국가의 냉대 역시 일기 형식으로 풀어갔다.
시민군으로 갖은 고초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숨 쉬고있다는 이유로 그는 죄인임을 자처했다. 5월 희생자들을 향한 미안함과 죄책감은 화폭으로 옮겨졌다. 기억을 더듬어 그 당시 광주의 참상을 그려내는 일은 이 화백에게 고통이었다. 자유에 대한 갈증과, 봄을 맞지 못하는 광주의 씁쓸함을 목판화에 새겼다. 회화에는 1980년 5월이라는 과거 대신 광주가 미래에 던지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 화백의 작업의 정체성이라고 볼 수 있는 ‘비단길’은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사는 “이강하 화백은 단순히 광주의 5·18을 이야기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며 “광주를 넘어 전세계 민주주의의 열망이나 평화, 자유를 향한 갈망을 화폭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화백은 무등산에서 시작된 비단길이 금강산, 백두산까지 이어지길 바랐다. 이 화백의 염원이 담긴 12m 길이의 대작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는 지난해 3·1운동 100주년 기념 오월전시에 선보이며 시민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 학예사는 “생전 이 화백은 무등산에 깔려있는 비단길이 금강산과 백두산까지 이어지길 바라셨다”며 “결국 광주민주화운동의 품은 무등산이 세계평화로 이어지는 길목이 될 것이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이강하 미술관은 이 화백의 염원이 담긴 12m 길이의 대작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를 오는 5월 개최되는 ‘오월전’의 연계전시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에서는 지금까지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이 화백의 목판화작품도 대거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개예정인 목판화는 5점 정도로, 83년에 작업한 자유를 갈망하는 ‘목편’과 수감 중인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을 담은 ‘자화상’ 등이 포함돼 있다.
이 화백의 수사기록과 일기, 5·18광주민주화운동에 가담한 경위를 담은 진술서 등 아카이브도 20여점 공개된다. 이 화백의 일기에는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폭행과 그를 목격한 이 화백의 분노와 울분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이 학예사는 “생전에 스스로를 ‘민중미술작가’라고 말하는 것을 죄스러워 하셨지만, 이번 오월전을 통해 이 화백 역시 5월과 무관하지 않은 민중미술작가였음을 알리고 싶다”며 “동시에 이 화백과 비슷한 이유로 민중미술 분야에서 소외됐던 작가들을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사 URL https://jnilbo.com/2020/01/05/20200104230509964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