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예술의 숨겨진 가치 전하는 기획자 되고파”
아트인컬쳐 ‘한국미술계 이끌 차세대 111인’ 선정
올해 5.18 40주년 기념전·학술세미나 등 마련
"많은 세대들이 함께하는 공감의 공간 만들고파"

이 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연구사

“다양한 예술가들을 만나 그들의 예술적 세계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게 좋습니다. 예술가들이 살기 좋은 사회가 우리 모두 살기 좋은 사회라 생각합니다.”

이 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지치지 않는 파워의 대명사다. 지난 2년간 남구 이강하미술관을 운영하면서 기획·상설·특별전시와 다양한 세대의 교육 프로그램, 문화예술 행사를 꾸려 왔다.

자정이 다 된 시간에도 미술관 사무실엔 불이 밝혀 있고, 전시 보도자료를 메일로 보내는 시간은 주로 새벽 4~5시께다. 열정의 원천을 물으면 그녀는 아니라며 손사레를 친다.

“선배들이 조언해 주시길 집에 가면 미술관 스위치를 꺼라고 해요. 제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은 욕심에 2년동안 마냥 달렸던 것 같습니다.”

미술대학 졸업 후 광주시립미술관 준학예사 및 코디네이터로 2년간 근무하고, 이후 시안갤러리 큐레이터를 거쳐 광주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팀에서 7년을 일했던 그녀는 2018년부터 남구 이강하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있다.

고 이강하 화백의 장녀인 그녀는 “사실 제 목표 중 하나가 이강하의 그늘에 갇히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하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이강하 화백의 작품을 연구하고 전시를 만드는 것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다양한 전시와 교육, 행사, 프로그램으로 많은 세대들이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 예술가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 관심있는 것들을 작업으로 풀어내게 하는 것도 중요한 지향점이죠.”

현재 미술관에서는 개관 2주년 기념전으로 ‘주관적 변용’전을 열고 있다. 김설아, 신도원, 표인부 작가가 참여해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와 예술에 대한 주관적인 시선들을 작품으로 선보여 눈길을 끈다.

전국의 전시장을 다니며 작품을 보고, 자료를 모으고 있는 그녀는 모은 자료들을 분류하고 나름의 방식대로 정리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한다. 작업실을 방문해 인터뷰로 공감대를 형성한 후 작가를 선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올해 이강하미술관은 5.18 40주년 기념전을 포함해 기획전, 특별전, 상설전 등 6회의 전시가 예정돼 있다. 이 외에 굿모닝 양림 어린이 사생대회 선정작품 전시가 마련된다.

“5.18 40주년 기념전은 상명대 손기환 교수와 이강하의 2인전 또는 3인전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5.18을 겪지않은 젊은세대 작가와 손기환 작가의 팝아트, 이강하의 샤머니즘적 리얼리즘을 매칭해 세대간 5.18에 대한 생각을 교환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선보일 예정이죠.”

6월에는 광주미술문화연구소와 함께 학술세미나도 계획하고 있다.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광주미술이 활발했던 시절 상황을 보여주는 학술 세미나로 청년그룹을 이끌었던 주요 기획자, 작가 등이 참여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하반기에는 가칭 ‘남맥회 리턴즈’전을 구상 중이며, 문화가 있는 날 행사와 9월 광주비엔날레 연계전시도 추진한다.

지난해 열린 굿모닝 양림 어린이 사생대회 전시 참가 학생들과 함께.

“작년 평균 1년에 1만명 정도의 관람객이 미술관을 방문했어요. 교육이나 문화행사, 뮤지엄나이트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상생, 공감의 공간으로 운영하고 싶습니다.”

이강하미술관은 매 월 우리 지역의 노인, 어린이 등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다문화 여성들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도 매주 화요일 진행한다.

“지역에 돈이 없다, 미술관이 없다, 작가가 없다라는 편견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문화기획자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유튜브나 영상매체가 아무리 발전해도 원작에서 느끼는 예술의 가치와 감동은 변함이 없어요. 보석같은 작업을 찾아 관람객들이 감동받고 예술을 통해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싶어요.”

그녀는 최근 ‘아트인컬쳐’가 선정한 ‘2020년 한국미술계를 이끌 차세대 111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미술의 ‘세대교체’를 이끌어갈 주역이자 각 분야의 젊은 기수로 선정된 것. 광주전남에서는 양초롱 해동문화예술촌 예술감독과 이 선 학예연구사 두 사람이 꼽혔다.

“선배들이 갈아놓은 토양에 씨를 뿌릴 수 있었던 운좋은 기회였죠. 영파워에 선정된 것은 감사하지만 아직 부족해서 부끄럽고, 더욱 열심히 하라는 의미 같아요. 멀리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에너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