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광주 미술인들이 연대의식을 기반으로 1980년 광주의 오월을 풀어낸다. 24일까지 광주 문화기관, 갤러리 등서 열리는 이 행사에는 미완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자리다. 올해로 31번째로 열리는 오월미술제가 그것이다. 1980년 5월을 목도한 광주, 전남의 청년 작가들은 엄혹했던 시절과 맞서며 1980년부터 광주민중항쟁을 기억하기 위한 오월전을 치러오고 있다.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에서부터 오월미술제추진위원회까지, 오월전을 치러낸 단체의 이름과 형태는 조금씩 달라졌지만 전시의 취지와 내용은 늘 한자리를 지켜내고 있었다. 해마다 오월전을 관람한 전국 각지에서 온 관람객들은 오월전을 통해 진정한 광주를 느낄 수 있었다고 소회한다.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기획된 올해 오월전은 여느 오월전보다 특별하게 기획됐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비롯해 한국미술협회 광주시지회(이하 광주미협), 민족미술인협회(이하 민미협) 등 지역 미술단체, 독립예술공간과 기획자 및 작가들이 오월미술제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명칭도 기존 오월전에서 오월미술제로 바꿔 외연을 키웠다. 오는 24일까지 열리는 오월미술제는 김선영 독립큐레이터 그룹 오버랩 대표가 책임 큐레이터를 맡았다. 예술을 통해 현재적 자아를 진단하고, 재성찰이라는 과정 아래 5·18과 시대의 예술적 실천정신을 내용으로 담았다. 지난 1월 한달간 참여작가 공개모집 끝에 전국에서 50명의 예술인을 확정했다. 참여작가들은 오월정신을 기반으로 한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시각이 투영된 신작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작품들은 ‘직시, 역사와 대면하다’는 주제아래 총 3부에 걸쳐 전시된다.

  먼저 제1부는 ‘역사적 진실과 재현의 생명력’이라는 주제로 12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에서 진행된다. 참여작가로는 강태회, 김규표, 김병택,정진영, 최병진씨 등이다. 제2부는 ‘현재 속에 살아 있는 오월’이라는 주제로 9일부터 19일까지 광주시 동구 미로센터와 무등갤러리에서 이뤄진다. 국내에서는 노여운, 설박, 임현채, 최요안, 허달용씨가, 해외에서는 마니 몬텔리바노(필리핀), 패트리엇 묵민과 하피즈 란카잘(인도네시아)이 작품을 선보인다. 이어 제3부는 ‘지금 여기, 경계 너머’라는 주제로 9일부터 24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6관에서 전시된다. 참여작가로는 강운,김화순,문서현, 박화연, 서동환, 송필용, 임남진씨 등이다. 특히 울산민미협이 ‘시간의 길’이라는 타이틀로 5·18 40주년 기념전에 동참하기로 해 의미를 더한다. 연대 전시 역시 다채롭게 펼쳐진다. 연대전시에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과 광주여성가족재단 여성전시관, 남도향토음식박물관, 갤러리생각상자, 양림미술관, 예술공간 집, 은암미술관, 이강하미술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bhc 갤러리 27번지, 담양 해동문화예술촌이 함께 한다.

  9월 오후2시 미로센터에서는 ‘연대와 상생, 경계 너머’를 주제로 오월미술 학술세미나도 마련된다. 기조강연은 설현영 조선대 교수가 ‘사건으로서 5·18, 그리고 철학:폭력의 변증법’을 발제하고, 발표에는 김허경 ‘1980년대 민중미술과 신명’, 정영수 ‘저항과 연대의 감정-5·18에 대한 감정론적 재해석’, 김미령 ‘아방가르드 아트:중국, 러시아, 한국을 중심으로 비교 연구’, 조인호 ‘시대의 증인으로서 패널’ 등이 진행된다. 김선영 책임큐레이터는 “이번 기획에 대해 다양한 장소와 공간들과의 연대 행사를 진행, 철학과 역사적 문제인식에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는 공적 개념을 창출하기 위한 첫번째 시도”라면서 “미술제 전시를 계기로 오월정신에 기반한 예술적 실천의 다양한 시선들을 들춰보고, 무한한 예술적 잠재력으로 확장돼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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