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20201012_광남일보_1980년 이후 20년간 남도의 화맥 흐름 엿보다
작성일자 2020-10-14



[광남일보]

1980년 이후 20년간 남도의 화맥 흐름 엿보다

‘남맥회 리마인드…’전 31일까지 이강하미술관
9명 회원 초창기·근작 선봬 작업변화 탐색 재미





박소빈 作 ‘새로운 여성의 신화’


  오월 항쟁 시민군이자 ‘무등산 화가’로 널리 알려졌던 전남 영암 출생 서양화가 이강하씨(1953∼2008)가 세상을 떠난지 올해 12년에 접어들었다. 이강하 화가와 양림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5·18 당시 지명수배 중일 때 양림동에 칩거해 살았기 때문이다. 이후 30여 년간 그는 양림동 지기가 됐다. 작품기증이 우선했지만 오늘날 이강하미술관이 옛 양림동 동사무소 자리에 둥지를 튼 이유 중 하나다.

  이곳 양림동에서 그는 ‘무등산 연작’과 ‘영산강 사람들’, ‘맥’ 등 대표적 작품들을 작업했다. 5·18 이후에는 수시로 경찰들이 그의 뒤를 밟을 정도로 그는 요주의 인물이었다. 요주의 인물이었지만 그의 화폭은 늘 남도의 풍경 속 리얼리즘 화풍이 강조됐다. 화폭에서 그는 자유로웠다. 이곳 이강하미술관은 그가 작고한 지 10년만에 문을 열었다. 한때 기념관이 추진돼 유가족들이 반대하는 등 이견이 노출돼 좌초 직전에 내몰리기도 했다. 나중에 뜻있는 남구 관계자가 유가족 측의 복안을 수용하면서 미술관 운영의 기틀을 마련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재 이강하 작가의 부인인 이정덕씨가 관장을 맡고 있고, 딸인 이선씨가 학예연구사를 맡고 있다. 이런 유서깊은 이강하미술관에서 또 하나의 의미있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서양화가 이강하 아카이브

  오는 31일까지 열릴 ‘남맥회(南脈會) 리마인드 1980-2020’전이 그것으로, 애초 이 전시는 지난 9월11일 개막해 30일이 경과됐지만 독특한 큐레이팅은 물론, 남맥회가 이강화 화가가 생전에 결성, 창립회장을 맡아 활동했기 때문에 그의 삶과 회화세계의 한 단면을 조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회원들의 작품 변화까지 유추할 수 있어 화단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타이틀인 리마인드(remind)는 ‘상기하다’라는 뜻이다.

  ‘40년의 염원, 평화의 길’이라는 타이틀로 한 이번 전시는 자유와 평화, 민족, 자주, 통일의 염원을 담은 무등산의 비단길이 비무장지대를 넘어 백두산까지 뻗어 세계 평화의 길이 되기를 염원했던 고 이강하 화가와 자유로운 화폭을 구현하면서 남도의 맥을 잇기 위한 남맥회 화우들이 함께하는 자리다. 출품 작가로는 이강하 작가를 위시로 박동신 박진 문명호 양경모 변재현 김효삼 안태영 박소빈씨 등이다. 이들 작가는 초창기와 현재의 작업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척박한 지역미술계와 시대 속에서 자신만의 화풍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걱정과 고민을 형제처럼 나누었다는 후문이다. 이강하 작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지만 나머지 화우들은 여전히 작업을 펼치며 꿋꿋하게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다.  




전시 작품을 둘러보고 있는 관람객들

  특히 캔버스에 유채로 작업한 이강하 작가의 ‘망’(1984년 作)은 전통 건축물 앞 여성의 나신(裸身)이 등장한다. 건축물을 응시하고 있으나 뒤돌아앉은 모습에서 시대와의 불화를 읽을 수 있다. 출품 작가들의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는 점을 직감할 수 있다. 전혀 현재의 작품과 유추되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을 대면할 수 있어 작가의 변화를 읽는 재미가 작지 않다. 이를테면 박진 작가는 태어날 때 청각장애를 입어 장애가 있음에도 남맥회를 기반으로 한때 활동을 펼쳤다. 현재는 전쟁과 5·18민중항쟁 등을 주제로 콜라보 작업을 펼치면서 자신도 불편하지만 장애인 관련 전시 기획 등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 ‘아-1992’(1992년 作)를 출품했다. 시각장애를 앓고 앓고 있는 양경모 작가는 ‘나비의 꿈’(1994년 作)을, 왜소한 체격과 오른손 마비가 와 왼손으로 작업하고 있는 박동신 작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1987년 作)를 각각 출품했다.  

  여기다 스물한살 때 그린 ‘스물하나의 자화상’(1991년 作)과 ‘새로운 여성의 신화’(The Birth of New Female·2020년 作)를 출품한 박소빈 작가의 회화들도 눈길을 끌고 있다. 당시 최연소 회원으로 활동했다. 그동안 중국 북경 작업실에 머물며 작업을 펼쳐온 박 작가는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고향 광주에 머무는 동안 이번 전시가 기획돼 출품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남맥회 리마인드 1980-2020’ 전시 모습

  이강하 작품전과 이강하 담채 소묘집 등 전시 도록 아카이브 및 올해 미디어아트페스티벌에 출품된 이연숙 작가의 ‘장소 기억’도 접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미술관과 협업한 작품으로, 이강하 화가의 미완성 작품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미디어로 조망한 것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이선 학예사는 “서로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변화된 작업을 예전처럼 격려해주고, 지역 미술의 힘을 재조명해보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남맥회는 1980년 광주민중항쟁으로 민중미술과 사회 미술운동 활동이 왕성하던 시대적으로 암울했던 시기에 광주·전남 청년 작가들이 모여 남도예술의 맥을 잇기 위해 창립됐다. 1980년 당시에는 남맥회를 포함해 1964년 창립돼 모더니즘 회화를 선도한 (사)에뽀끄, 1989년 민족미술과 사회미술운동을 화두로 결집한 광미공(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 등이 대표적 미술단체였다. 포름(Form)이라는 명칭으로 1980년 11월 출범했으나 1982년부터 남맥회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처음에 이강하 화가를 비롯해 이영식 송상수 김동훈 이경화 김용민 국송희씨 등 7명으로 시작해 2000년대 들어 한때 회원이 40∼50명에 달했을 만큼 미술적 파급력이 컸다. 그만큼 남맥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았다는 평가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기사 URL : http://www.gwangnam.co.kr/read.php3?aid=160249665036799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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