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20210124_전남일보_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15화 <관념(Idea)적 색과 이미지>
작성일자 2021-01-26



[전남일보 문화칼럼]


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관념(Idea)적 색과 이미지>


추상(追想)의 추상(抽象) 그리고 지나간 것들의 관념적 색과 이미지.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










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관념(Idea)적 색과 이미지>




글 이 선 | 이강하미술관 학예연구사




[사진1. 마크 로스코(Mark Rothko)_작업실에서 작품 앞에 선 작가]

[사진1. 마크 로스코(Mark Rothko)_작업실에서 작품 앞에 선 작가]


  우리의 삶을 IT 세계로 인도한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죽기 전, 생애 마지막 영감을 얻으려했던 작품의 작가이자 추상 표현주의의 거장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 그 동안의 '미술은 재현(reproduce)'이라는 과거 구현방식이 아닌 '미술은 구성(construct)'이라는 현대의 새로운 구현방식이 생겨났다. 과거의 형식이 외부 세계의 보존을 위해 그 현상을 재현했다면, 현대의 형식은 내부 세계의 창조를 위해 내면의 관념적 현상을 구성한다. 여기서 '내면의 세계(the inner world)' 란 두 가지 의미를 의미한다. 외부의 현실 세계를 초월하는 '순수한 예술의 세계'라는 의미에서 내부(예술의 내부)고, 그 순수한 예술의 세계에 대한 구상이 '작가의 내면'에 있다는 점에서도 내부(즉, 작가의 내부) 인 것이다.

  이렇게 세계의 재현 대신 미술의 구성을 추구하는 순수 미술은 당연히 미술의 새로운 존재론과 의미론을 개척해야 했고, 이는 구체적으로 미술의 토대인 매체에 대한 근본 개혁적인 성찰로 집중됐다. 회화의 경우에는 캔버스의 평면성이, 조각의 경우에는 재료의 입체성이 작가가 작품을 구상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된 것이다. 여기서 관건은 이 물질적 평면과 입체를 가지고 어떻게 예술적 회화와 조각을 구성 하느냐 였는데, 이 구성 모델의 산물이 바로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성취, 즉 추상미술이 되었다. 따라서 현대미술의 중심은 추상미술을 구성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혁신해간 미술가들의 역사인데, 이 역사를 회화의 예로 구체화하면 물질적 표면을 인정하고 제압하는 예술적 화면의 구성을 창조하고 혁신한 역사라고 집약할 수 있다. 1,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지성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통해 타인의 감정을 활성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 생각을 도모하게된 것이다. 이 시대 가장 민감하고 섬세한 우리 안의 감성을 활성화 하여야만 한다. 지성은 머리에만 머물지만 감성적 울림은 우리 실존 전체를 움직이는 힘이 있다. 예술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는 반복된 최후에서 간절한 몰입만이 위대한 예술의 유일한 원천이다.



[사진2. 마크 로스코(Mark Rothko)_로스코 채플(Rothko Chapel)_미국 텍사스 휴스턴_1971년]

[사진2. 마크 로스코(Mark Rothko)_로스코 채플(Rothko Chapel)_미국 텍사스 휴스턴_1971년]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장소' 라고 불리우는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명상의 공간 '로스코 채플(Rothko Chapel)'은 검은색 톤 그림 14점이 걸려 있다. 고요하게 다가오는 그의 작품은 명상과도 같은 감상법을 관람객에게 제시한다. 전시장은 마치 교회나 성당 기도실을 연상케 하고 많은 사람들은 죽음을 표현한 그림을 보면서 오히려 안식 된 마음을 치유하며 심연의 눈물을 흘린다. 작품 감상의 거리(46cm)와 실내 분위기까지 지정했을 정도로 로스코는 연극적인 공간 연출을 통해 자신 작품의 감상 방식을 극대화시켰다. 그것이 관람객을 더 적극적인 작품 완성의 동참자로 만들었다. '로스코 채플(Rothko Chapel)'작품 앞에는 "그림을 마주하는 감상 대신,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과 마주하라." 라는 요청이 따랐다. 그의 예술은 미술 작품을 넘어 명상이 가능함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구상회화가 대세인 국내 미술계에 추상회화의 미덕을 알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관람자와 내 작품 사이에는 아무것도 놓여서는 안된다.

작품에 어떠한 설명을 달아서도 안된다.

그것이야말로 관객의 정신을 마비시킬 뿐이다.

내 작품 앞에서의 해야 할 일은 침묵이다."

- 마크 로스코(Mark Rothko)



  매년 '로스코 채플(Rothko Chapel)'은 100개국 이상에서 1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 관광지로 세인트토마스 대학교(Universityof St.Thomas)와 협업을 통해 기후 변화에 관한 심포지움을 개최하며 마크 로스코의 삶과 예술세계를 확장하는 작업들을 연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채플(Chapel) 내 예배당의 천장은 그림을 보호하기 위해 거의 막아버렸고 거대한 검은 우산 모양의 판으로 인해 공간이 크게 변형되어 2022년까지 내부공사로 잠정 휴관 중이라고 한다.


  마크 로스코 작업의 고요하게 다가오는 추상 예술의 미의식적 경계를 넘나드는 감상은 어쩌면 우리에게 삶의 태도와 연관되는 미의식과 무의식 경계를 허무는 작용을 메시지로 전달하고 있다. 예술가로써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정을 자신만의 색으로 구현하기 위해 버텨냈던 고집스러운 노력은 그를 끝내 더 처절하고 외롭게 만들었을지 모를 일이다. 결국 예술가로써 삶과 인간으로써 삶 사이, 창작의 고통 속에서 1970년 그는 마지막 작품 <무제 (red)> 를 남기고 작품 속 붉은(핏) 빛으로 홀연히 떠나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2021년 현재 그의 작품(색과 이미지)을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느껴야 할까?



[사진3. 마크 로스코(Mark Rothko)_No.10_1950년]

[사진3. 마크 로스코(Mark Rothko)_No.10_1950년]




[사진4. 마크 로스코(Mark Rothko)_무제(red)_1970년(생애 마지막 작품)]

[사진4. 마크 로스코(Mark Rothko)_무제(red)_1970년(생애 마지막 작품)]





/기사 URL : https://jnilbo.com/view/media/view?code=2021012320005746273



Quick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