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일보]
코로나19 여파 속 ‘현대미술 향연’ 대단원의 막 내렸다
‘제13회 광주비엔날레’ 폐막…온·오프 전시문화 구축 온힘
샤머니즘·AI·여성성 전시 견인…음성해설 어플 등장 눈길 끌어
특정 작품 철거 요구 파장 일어·전시기간 중 인사 잡음 등 오점
‘제13회 광주비엔날레’가 39일 간의 향연을 끝내고 9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비엔날레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바이러스 감염 사태로 인해 애초 지난해 9월 개막했어야 했으나 두번의 순연 끝에 지난 4월1일 겨우 개막할 수 있었으며, 개막식장에서 조차 공동예술감독인 데프네 아야스(Defne Ayas)와 나타샤 진발라(Natasha Ginwala)를 만나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노출했다. 이 두 감독은 영상으로 전시 개요 설명 10여분 간 진행했다. 특히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이라는 타이틀로 주제전과 광주정신을 다층적으로 맥락화한 GB커미션, 국내외 미술기관을 매개하는 파빌리온프로젝트, 5·18민주화운동 특별전 등이 다채롭게 구성된 가운데 시민 안전과 장애없는 전시 관람 등 코로나 팬데믹 시대 전시가 나아갈 시스템을 만들어가며 전시를 진행했다는 평이다. 온·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순환되는 현대미술 축제의 가능성과 실험정신을 극대화하는 데 힘을 기울인 셈이다.
주제전에는 1갤러리가 무료로 시민사회에 개방된 가운데 40여 개국 69작가(명·팀)가 참여해 40점의 커미션 신작 등 450여 작품이 선보였다. 전 지구적인 생활 체계와 공동의 생존을 위한 예술적 실천에 방향성을 두고 진행된 이번 비엔날레는 전시와 ‘라이브 오르간’, 온라인 저널 ‘떠오르는 마음’, 출판물 등으로 구성돼 주목을 받았다. 전시 공간 역시 코로나19 여파 속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해 국립광주박물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광주극장 등지에서 펼쳐져 관람객들의 볼거리를 한껏 충족시키는데 주력했다. 옛 국군광주병원은 사전예약 연일 만원을 이뤄 호응을 얻었다. 샤머니즘과 AI, 여성성 등이 부각된 작품들은 1전시실부터 5전시실까지 동시대 작가의 작품과 매개됐다. 샤머니즘박물관과 가회민화박물관의 부적, 제의적 회화 등의 유물들 또한 긴밀하게 연계돼 선보였다.
3갤러리의 이상호 작가의 ‘일제를 빛낸 사람들’은 전직 대통령측 기념재단이 철거와 전시 중단을 요구해 파장이 일었다. 박정희 기념재단측은 이 작가의 ‘일제를 빛낸 사람들’이 악의적 정치 선전물로 박정희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산업화 주역들을 왜곡·폄훼했다면서 광주시와 비엔날레재단이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고, 정부도 국민적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한 것이 알려지면서 예술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다. 2014년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과 일면 오버랩돼 씁쓸함을 안겨줬다.
여기다 2020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특별전 ‘MaytoDay’(메이투데이)와 연계, 호응을 얻은 2020년 GB커미션은 다시 2021년 GB커미션으로 내용을 보강해 선보여졌다.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장소인 옛 국군광주병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문화재단에서 펼쳐졌다. 이불, 배영환, 김성환, 타렉 아투이(Tarek Atoui) 작가가 참여해 광주의 역사, 기억, 트라우마, 전통, 건축 및 정신적 유산 등의 내용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시오타 치하루(Chiharu Shiota), 호 추 니엔(Ho Tzu Nyen), 임민욱, 마이크 넬슨(Mike Nelson), 카데르 아티아(Kader Attia)까지 더해져 관람객들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광주의 역사적인 장소를 새로운 시각으로 발굴하고, 해외 미술 현장을 광주로 집결하는 파빌리온프로젝트에는 스위스 쿤스트하우스 파스콰르트(Kunsthaus Pasqart)와 대만동시대문화실험장(Taiwan Contemporary Culture Lab, C-LAB)이 참여해 광주의 은암미술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각각 선보여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MaytoDay’의 여정을 광주 지역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한 5·18 특별전 ‘볼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사이’(기획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임수영 독립큐레이터)가 열리기도 했다. ‘묻지 못한 이야기-목소리’를 출품한 문선희씨 등 광주 출신이거나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12명 작가가 참여해 옛 국군광주병원에서 1980년 5월의 광주를 다시 조망하고 사유해보는 자리를 가졌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중요해진 만큼 차별화된 콘텐츠의 오디오 가이드로 관람객의 질 높은 전시 관람과 함께 안전한 환경 조성에 집중했다. 가이드북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전시의 이해를 최대한 도왔으며, 앱 스토어에서 ‘큐피커’를 검색해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는 전시음성해설 어플리케이션 또한 코로나19 여파 아래 새로운 풍경이 됐다. 세계적 매체의 하나인 뉴욕타임즈, 아트 인 아메리카(Art in America) 등이 광주비엔날레를 다뤄 전세계에 소개, 여전히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전시기간 39일간 총 관람객 8만5000여 명이 다녀갔으며, 온라인에서는 총 16만5000여 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월요일 전시 휴무나 일부 전시들의 매끄럽지 못한 번역 오류, 도슨트의 전시해설 서비스 한정적인 점, 전시 기간 중 부장 1명 해고와 부장 2명 징계 회부, 노조원 2명 인사위 회부를 망라해 징계 절차를 밟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인사 문제 잡음 등이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고선주 기자
/기사 URL : http://www.gwangnam.co.kr/read.php3?aid=1620551333385669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