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
“얘들이 `5·18 광주’ 가자고 조르더라”
항쟁 현장 옛 도청 일대 각지 학생들 발길 이어져
“학교서 배운 5·18 역사 현장, 꼭 와보고 싶었어요”
부산, 해남, 나주에서 온 고등학생들이 19일 옛 도청앞 민주광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플래시몹을 펼치고 있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5·18 역사 현장, 직접 보고 싶었어요.”
부처님 오신 날인 19일 5·18 민주광장과 금남로 일대에 80년 5월 광주를 기억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옛 전남도청, 전일빌딩, 상무대 등 인근 5·18 사적지를 체험하는 시민들로 광장이 가득 찼다. 옛 전남도청 별관에서 열린 노먼소프 기증사진 특별전도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뤘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찾은 방문객이 많았다. 사진전을 관람하는 아이들은 참혹하고 잔인한 광경에 두 눈을 가리기도 했지만 이내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직접 준비해 온 수첩에 필기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대통령이 사람들을 많이 죽였대요. 군인들이 총을 쐈대요. 길을 안 비킨다고 저 같은 어린이도 총으로 쐈대요.” 8살 김하율 어린이. 하율 양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선생님에게 배운 5·18을 직접 보고 싶다’며 아빠를 졸랐다. 노먼소프 사진전을 보고 난 후 하율 양은 “도청에서 시민들이 많이 죽었대요. 그런 생각을 하니 무섭기도 했지만,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5·18을 배웠어요. 배고픈 사람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줬대요. (도청) 밖에서 주먹밥 만드는 사진도 봐서 신기했어요.” 하율 양의 친구 김지호 군의 소감이다. 이예담(16살)·이지후(12살) 남매도 교과서에서만 배운 역사 현장을 직접 보고 싶어 전주에서 광주를 찾았다.
전주서 온 초등생 “역사시간 5·18게임 후 더 관심”
이날 상무대, 구 도청을 방문한 이지후 군은 “역사시간에 5·18 닷컴이라는 게임을 했다. 게임 속에서만 봤던 곳을 직접 가보고 싶었다”면서 “직접 와 보니 조금 벅차올랐다. 5·18민주화운동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후 군의 어머니는 “아이들이 (광주에) 계속 가보고 싶다고 조르더라.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지만 5·18 유적지는 처음 와 본다. 그 사실이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며 “교과서, 영상으로만 보던 역사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본 것만으로도 뜻깊은 경험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느끼고 배우는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5·18 묘지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옛 전남도청 별관에서 열린 노먼소프 사진전 관람하는 아이들과 엄마 모습.
오월 미술제를 찾은 시에들도 만날 수 있었다. 오월 미술제는 상무대 앞 야외 전시를 비롯해 무등갤러리, 양림미술관, 이강하 미술관 등 여러 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날 남편과 함께 `오월 미술제 대부분을 관람했다’는 위유민 씨는 “5월을 더욱 의미 있게 기억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기념행사 뿐 아니라 사진전, 미술제 등 5·18을 더욱 깊이 느끼게 하는 전시가 계속됐음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 고교생 `임을 위한…’ 플래시몹 퍼포먼스
대학생 박정민 씨도 “미얀마와 연대하는 작품이 많더라. 현지 작가의 작품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정말 광주의 5월과 비슷했다”며 “이번 주말에 걸쳐 모든 오월 미술제를 다 볼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광장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온 고등학생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플래시몹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학생들은 퍼포먼스 후 5월 열사들에 “저희는 5월 영령님들이 만들어주신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들이다. 저희가 일상에서 투표를 하고 자유롭게 생각을 공유하는 것은 모두 영령님들 덕분이다”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노먼소프 기증자료 특별전은 오는 7월 31일까지 오월 미술제는 오는 5월 30일까지 개최된다. 전일빌딩 245에서도 `다시꺼내 놓은 사진전시회’가 오는 5월 30일까지 열린다.
/김은유 기자 metaphor@gjdream.com/기사 URL : http://www.gjdream.com/news/articleView.html?idxno=6078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