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양림동 화가’ 한희원(서양화가)·이민(판화가), 독일을 홀린다
‘양림동 화가’로 알려진 서양화가 한희원(오른쪽)와 판화가 이민 씨는 지난 8일부터 10월까지 독일에서 3차례 초대 개인전을 갖는다.
일찍부터 서양 근대 문물을 접한 양림동은 수많은 예술가들이 활동한 공간으로 ‘광주의 몽마르트’로 불린다. 음악가 정율성과 정추, 시인 김현승, 화가 배동신이 자란 곳이며 소설가 황석영이 ‘장길산’을 썼다. ‘무등산의 화가’로 불리는 고 이강하도 양림동에서 작품활동을 했다. 최근에는 미디어아티스트로 유명한 이이남 작가의 스튜디오가 들어서 ‘핫플’로 자리잡았다. 이렇듯 양림동은 가장 ‘광주적인 공간’으로서 오랜기간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과 활동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서양화가 한희원과 판화가 이민도 양림동을 무대로 성장해온 예술가다. ‘양림동의 화가’로 불리는 한희원은 유년시절부터 줄곧 양림동에 머물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2015년에는 오래된 가옥을 리모델링해 ‘한희원미술관’을 탄생시켜 그만이 풀 수 있는 회화적 어법으로 양림동의 또다른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광주의 대표적인 인문학축제인 ‘굿모닝 양림’과 예술인과 상인, 주민이 함께 만드는 골목미술제인 ‘제 1회 양림골목비엔날레’를 기획하기도 했다.
판화 작가인 이민은 양림동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전남 화순 출신으로 현재 경기도 의왕시에서 거주중인 이 작가는 청소년기인 80~90년대 양림도에서 거주하며 광주지역의 사회적 변천사를 체험했다. 당시 청소년기 기억은 이 작가가 예술가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리움으로 작용해 작품으로 승화됐다. 이민은 ‘판타블로’ 기법 작가로 유명하다. 판타블로 기법은 이 작가가 서양화와 판화 기법을 혼용해 사용하며 지난 2000년 상표등록한 독자기법이다. 일종의 수채 판화다. 이 기법을 이용한 그의 작품에는 팽귄마을로 대표되는 양림골목과 교회 건물 등 양림동 풍경들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이처럼 양림동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두 작가가 독일에서 순회 초대전을 갖고 있어 주목받는다. 독일 쉬슬리츠 지역의 유서 깊은 고성 기흐부르크에선 한희원과 이민을 비롯해 8명의 한국작가 작품이 전시 중이다. 이번 전시는 프로듀서 갤러리와 두루 두루 갤러리 주최로 지난 8일부터 9월 6일까지 개최한다. 기흐부루크 전시가 끝나면 부르크쿤슈타트 프로듀서 갤러리에서는 두 작가를 포함해 3인전이 진행된다. 10월 8일부터 30일까지는 뮌헨 두루두루 갤러리로 옮겨 각각의 개인전이 열린다.
전시는 두루두루 갤러리 김미애 관장의 초대로 이뤄졌다. 재독 한인 교포인 김 관장은 독일에 소개할 국내 작가들을 찾던 중 광주를 방문, 한 작가와 이 작가를 초대전에 포함시켰다. 양림동을 기억한 두 작가의 작품들이 가장 ‘한국적인 예술작품’으로 평가해서다. 이에 두 작가의 독일 순회 전시가 광주지역 대표적인 문화공간이자 역사를 지닌 ‘양림동의 가치’를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받는다.
한희원은 독일 초대전에 24점의 신작을 출품했다. 인간의 근원적인 영혼과 안식을 별, 바람, 나무, 사람, 마을 등의 소재를 빌어 특유의 두터운 질감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트빌리시의 밤풍경’과 ‘아코디언 켜는 사람’, ‘꽃과 붉은 풍경’ 등을 비롯 최근작인 ‘생을 노래하는 사람들’ 연작도 선보인다. 작품마다 뛰어난 명암처리와 조형감각이 깊은 서정성과 더해져 시적 감수성까지 묻어난다. 이민은 ‘양림연화 99’점 가운데 40점을 출품했다. ‘양림연화 99’는 이 작가가 유년시절의 양림동 기억을 판타블로 기법으로 표현한 99개의 판화작품들로 2018년부터 3년에 걸쳐 완성했다. 그는 99점 중 판매가 완료된 59점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을 독일 전시에 선보인다.
한희원 작가는 “코로나19로 해외 전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철학과 음악에 남다른 명성을 갖고 있는 독일에서 초대전을 갖게 돼 의미가 있고 영광스럽다”면서 “이번 전시회 성과를 토대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새로운 변화의 계기로 삼을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민 작가는 “독일 초대전을 마련한 분이 가장 한국적인 작품을 하는 작가 위주로 전시회를 준비했는데 양림동을 소재로 한 작가 2명이 포함됐다는 건 그만큼 양림동이 가장 지역적이면서도 한국적이고 세계적인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이런 양림동을 작품화한 제가 성장한 광주와 양림동을 독일과 유럽, 세계에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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