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
네 가지 키워드로 해석한 현대미술
이강하미술관 ‘생동하는 기억, 감각의 은유’
국립현대미술관 지역 협력사업 일환
공립미술관 추천작가-전문가 매칭
회화·설치·사진·미디어로 구성
김주연 작 ‘존재의 가벼움III’
[전남매일=오지현 기자] 현대 미술가들의 다양한 관점을 조명하는 동시에 지역 너머의 동시대 현대미술 동향과 흐름을 살피는 전시가 열린다.
광주시 남구 이강하미술관(이하 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생동하는 기억, 감각의 은유’전. 오는 5월 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 2021 국립현대미술관(MMCA)지역 협력망 지원사업 중 ‘공립미술관 추천작가-전문가 매칭지원’에 미술관이 최종 선정됨에 따라 기획됐다.
이에 미술관은 김설아(회화), 권승찬(설치·미디어), 김주연(사진·설치), 조정태(회화) 등 4명의 작가를 추천,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그들의 삶과 연결된 예술 이야기를 토대로 국내 전문가들과 워크숍 및 포트폴리오 제작 등을 진행했다.
미술관과 매칭된 전문가는 마동은(큐레이터·대구미술관 전시팀장), 이윤희(큐레이터,미술평론·수원시립미술관 전시과장), 박동기(기획,큐레이터·성남아트센터 전시 팀장), 김종길(기획, 큐레이터·경기도미술관 학예팀장), 국내 국공립문화예술 기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기획자이자 평론가들이다.
동시에 이들은 이 기간 진행됐던 작가별 워크숍과 포트폴리오를 통해 작가들의 개별적인 작업 세계와 작품을 연구, 이를 토대로 평론글을 완성했다. 이들은 완성된 평론글에서 ‘생동’, ‘기억’, ‘감각’, ‘은유’ 등 총 4가지 키워드를 도출했다. 그리고 4명의 작가는 네 가지 키워드를 주제로 한 신작을 구성함으로써 각 단어가 가진 의미를 전시를 통해 녹여내는데 중점을 뒀다.
이에 권승찬 작가는 ‘생동’을 주제로 설치·미디어 작품을 통해 시대와 장소의 단절에서 시작된 현실을 풍자, 다양한 방식으로 무관심 속에 버려진 공간을 재조명하는 작품을 통해 자신만이 구현 가능한 예술의 기능을 특유의 독창성과 다각적 해학의 방식으로 보여준다.
피를 뽑는 채혈줄 다발로 이뤄진 김설아 작가의 작품 ‘불면의 읊조림, 비명의 기억’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은 세대로 지역을 대표하는 민중미술작가인 조정태 작가는 ‘기억’을 주제로 기존의 민중적 작업의 방향을 바꿔 사소한 일상과 주변의 인물들을 그리며 동시대 풍경을 회화로 구현하는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그는 외형의 재현이 아닌 심상의 재현을 추구, 자신의 뇌리에 존재하고 있으나 아직 꺼내놓지 않은 내면의 이미지를 이번 작품을 통해 꺼내며 현시대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감각’을 주제로 한 김주연 작가는 옷을 토양으로 삼아 식물들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는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낸다. 그녀의 작품은 자연을 어떤 하나의 부산물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로 하여금 인간 또한 결국 거대한 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형태는 옷이지만, 식물이그 외부적 환경과는 상관없이 엉키고 융화되며 살아가고 싹을 틔우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삶, 죽음, 운명의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김설아 작가는 ‘은유’ 를 주제로 회화적 기법을 통해 자기 경험의 표현과 감정을 섬세하게 기술하는데, 그녀의 작품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기괴하다 못해 거부감이 들기까지 하는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다. 작가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미약한 생명체, 즉 미생물을 그려냄으로써 인간중심의 거대서사에서 벗어나 자신이 생각하는 세계에 대한 추상적인 생각을 회화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강하미술관은 지역 미술관의 경계를 넘어 작가 연구 및 기획,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으로 ‘동시대 문화예술의 플랫폼이자 허브 역할’을 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향후 국립현대미술관과 다른 지역 국공립미술관의 지속적인 협력망을 구축, 연결함으로써 다각적 형태의 시도와 정립을 위한 기능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조정태 작 ‘별이 된 사람들 - 귀천’
/오지현 기자
/기사 URL : http://www.jndn.com/article.php?aid=1646211102332422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