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하미술관은 2023년 새해의 안녕을 기원하며 이강하 : 또 다른 세계’ 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고 이강하 화백의1980~1990년대의 대표 작품인 ‘맥(脈 )’ 연작을 구성한 특별전시회다.
특히 이 화백의 대표 작품으로 이미 소개 한 ‘맥’ 작품과 더불어 대중에게 한번도 소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작품 ‘맥 의식 구조’를 포함한 작품 13점을 만나볼 수 있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한국 구상계 작가들은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해왔다. 현실과 자신의 역사적 경험 사이에서 자신만의 작업을 리얼리즘으로 구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도 동반됐다.
이번 전시의 주요 테마 인 이 화백의 ‘맥’ 연작은 그런 대표적인 시대와 사회성을 반영한 작품들이다. 그는 1970년부터 남도사람들의 애환과 한국미술의 전체성에 관심을 두고 작업 탐구를 시작해왔다. 본격적으로 1980년 조선대학교 미술학과 재학하면서 궁금증은 한층 더 증폭하게 된다.
이 화백은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계기로 시대에 맞서는 시민군 활동을 하고 2여 년 지명수배자가 된 상태에서 전국의 사찰들로 은둔생활을 했다. 삶에서 가장 불운하고 불온했던 당시 마주했던 전국의 자연풍경과 사찰의 한국 전통 단청무늬 그리고 남도 오방색의 색채는 이 화백의 지친 심신을 치유함과 동시에 자유와 평화를 상상하게 하고 또 다른 세계로 연결하는 새로운 사상적 통로가 됐다.
한국미술의 정체성 확보와 자생력 탐구를 통해서 불교와 샤머니즘에 관심을 갖고 전통적 민족정서와 가치, 역사와 사상에 대한 근본을 찾고자 하는 집중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맥’ 작품을 제작했다. 또한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발’ 로 인해 작품은 우리 민족 전통의 ‘감춤의 미학’과 더불어 ‘신비스러운 시각 효과’를 구성해내고 있다.
이 화백은 가늘고 긴 대를 줄로 엮거나, 줄 따위를 여러 개 나란히 늘어뜨려 만든 물건인 ‘발’을 미술 소품으로 활용했다. ‘발’ 뒤에 불상이나 사천왕, 탈, 인물 등을 섬세하게 그려 극 사실적 효과를 내기 위함이다.
‘발’을 통해 감추어진 전통문화와 사상을 은유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회화 방식은 샤머니즘적 내지는 유교적 정서와 사고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오랜 시간 캔버스에 달아 붙어, 수행하듯 그려나가 얻어낸 설득력과 집념의 독자적인 결과물이다.
이강하미술관은 지난 2018년 개관해 지역을 넘어 국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년 중 한번 이 작가의 대표 작품을 시대의 주제 및 흐름에 맞춰 소장 작품 전시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작고한 지역 작가의 과거 시대적 작품을 통해 ‘과거-현재-미래의 시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전시회’를 구현하는 목적도 두고 있다.
이강하 미술관 이선 학예연구실장은 “이번 ‘이강하 : 또 다른 세계’ 전시를 통해 이강하미술관의 정체성을 수립함과 동시에 이 화백의 작품에 대한 연구와 소장품의 관리·보존의 중요성을 시민 및 관람객들에게 소개하고 나아가 지역의 문화자원 활성화와 소통 및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달 23일까지.
이강하 ‘맥’
미공개 작품 중 하나인 맥 의식구조
/이나라 기자
/기사URL : http://www.jndn.com/article.php?aid=1675600104354076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