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20230507_전남일보_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41> 우리의 가치, 같이 예술 "멀어진 일상의 관계, 예술로 복원하다"
작성일자 2023-05-12
[전남일보]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

2023년 제2회 양림골목비엔날레 개막
‘마을이 미술관이다’ 슬로건 마을 축제
주민·상인 참여… 빈상가 등 활용 작업
회복의 예술 쉼터 '광주'로 기억 되길
"멀어진 일상의 관계 예술로 복원·연결"






지난달 14일 2023년 양림골목비엔날레 개막식에 운영진 및 참여 작가, 마을주민들이 모여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양림미술관거리협의체 제공


쉼 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과 시간 속에서 ‘우리가 함께 한다’는 의미는 우리에게 어떤 가치로 인식되는가? 아마도 그 답을 찾기 전, 서로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기억과 경험들이 요즘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적일 상황일 것이라 생각 된다. 이것은 2020년 코로나(covid-19)를 겪어오며 개인의 삶과 질이 마을의 공동체 보다 더욱 중요하게 된 자연스러운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금 주목하는 올해로 두 번째, 양림골목비엔날레는 ‘마을이 미술관이다’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위드-코로나 시대의 민간과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 미술 축제이다. 2023년 대한민국 관광100선으로 선정 된 양림동은 광주광역시 대표 근대역사문화마을이자, 오랜 시간 켜켜이 쌓아 온 기독교 문화 및 선교사의 헌신과 사랑, 근·현대 문화예술과 역사 그리고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마을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어느 방향에서든 아름다운 무등산과 광주천을 마주할 수 있는 자연환경을 갖추어 광주를 방문하는 이들이 제일 가보고 싶어 하는 마을로 손꼽히고 있다.

올해도 양림골목비엔날레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열려 문화예술 관계자뿐만 아니라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기획자, 예술가, 주민, 상인 모두가 모여 만든 양림미술관거리협의체가 주도하고 함께 나갈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며 추진하였다. 또한 필자는 이번 양림골목비엔날레 전시 감독으로 참여하며 광주 안에서 양림(楊林)동이 사직공원과 양림산의 자연 환경을 품으며 간직 해 온 다양한 문화 자원들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우리가 지금, 미래와 후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작은 정원을 가꾸는 일 뿐이다” 말에서 영감을 받아 전시의 주제를 잡게 되었다. 광주 안에서 양림동이 오랜 시간 동안 이곳을 드나드는 많은 이들과 애정과 사랑으로 자연을 정화하고, 순환하는 중요한 역할을 이어온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이는 전시 주제의 ‘기후 위기 시대, 생명의 정원과 이미지의 상상 정원’ 두 가지 테마로 집과 집, 골목과 골목, 사람과 사람 사이 펼쳐진 푸른 산과 숲, 자연 안의 인간과 생태에 대한 경이로움과 예술가 자발적 참여와 일상적 예술의 실천을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문화 현장으로써 일상적 비어있는 공간들을 찾아내어 잠시 전시장으로 탈바꿈하였다. 그리고 지난 시간, 우리 곁에 머물렀던 눈에 보이지 않는 위기와 불안 속 골목과 골목, 사람과 사람, 집과 집 사이 멀어진 일상의 관계를 예술로 복원하고 회복하고자 노력했다.

기획자와 15명의 참여 작가들이 마주한 양림동의 풍경과 단상들은 마을 안에 존재했던 사람이 떠나가고 남겨진 빈 집, 빈 상가, 빈 점포를 공동의 연대와 상징적 작업 공간으로 리서치하게 되었다. 기획전시가 진행 된 공간들은 양림동의 역사, 기억, 창작으로 재해석 된 크고, 작은 유의미한 경계를 넘어 자발적 예술의 실천으로 지역 예술의 현장을 다시금 확장하여 관람객과 연결시키고자 하였다. 작가들의 작품들은 ‘도시와 마을의 예술가가 함께’ 우리의 삶으로 이어지는 역동적 예술의 움직임과 생명력을 통해 양림동의 빈 집과 빈 점포의 공간들에게 관람객들이 함께 느낄 수 있기를 원했을 것이다.


[사진2]2023년 제2회 양림골목비엔날레에 전시된 이뿌리의 작 숨결, 물결/모니터 및 오래된 벽지에 붓글씨/빈집, 가변설치/2023년. 이선 제공


특히 기획전시 7곳의 공간 중,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165-3번지 주소의 빈 집은 더 특별했다. 잠시 동안 전시공간으로 임대가 허락 된 그 곳은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빈 집이었다. 처음 그 곳을 방문했을 때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물이 나오지 않으며 이층으로 오르내리는 계단이 작고 그나마도 부서져 있었다. 마치 마을 안에 멈춰버린 작은 성이자 다른 세계의 시공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오래전 그 집을 상상하게 되었을 때, 작은 방들을 연결하는 작은 마루와 그 중간 안방에서 누군가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따뜻했을 보금자리이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떠나고 비워져 비가 새고, 벽지가 떨어지고, 그 사이 사이에 검은색 곰팡이가 슬어버린 빈 집이 되어있었다. 바람도 잘 통하지 않고, 햇볕이 들지 않던 빈 집에 오랜 시간 머물렀을 누군가의 존재, 그 외로웠던 존재가 예술가들의 마음을 스쳐갔다.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만날 수 없었던 존재를 그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만나게 되었고, 서로의 영감과 기억들을 들추어냈다. 누군가의 어머니, 아내, 할머니였던 주인의 안방에 설치 된 김설아 <목숨 소리, 문지방을 넘어서는, 2023년>는 작가의 예민한 감각으로 빈 집의 눈에 보이지 않은 미시적인 것들의 움직임과 소리를 탐색하고, 깊게 응시하여 사라져 버린 시간과 존재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고자 하였다. 이는 결코 언어화 되지 못하는 소리로 지금 시대의 불안전을 증언하는 타자들의 떨림을 형상으로 드러내는 설치 작업으로 구현되었다.

보일러실이 붙어 있던 작은 옆방은 이뿌리 <숨결, 물결, 2023년>작업으로 작가가 기획자와 공간 리서치를 하고 난 뒤, 꾸었던 꿈을 모티브로 ‘봄은 숨결처럼, 가을은 물결처럼’ 온다는 다형 김현승 시인의 글귀를 1채널 비디오와 전구, 브라운관tv, 미디어를 접목 한 작업으로 재구성하고 가변 설치하였다. 같은 집, 다른 공간의 해석은 각각의 작가들 세계관과 예술적 언어로 해석되어 공간에 새롭게 재현된다. 마치 빈 집을 관통하고, 순환 되는 5월의 바람과 오래 된 사연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져 있는 것이다.


2023년 제2회 양림골목비엔날레에 전시된 김설아의 작 목숨 소리, 문지방을 넘어서는/가변설치/2023. 이선 제공


2023년 제2회 양림골목비엔날레에 전시된 표인부의 작 바람의 기억 연작/캔버스 위에 한지/양림동 아크레타 빈 점포. 이선 제공


축제에서 마을 주민과 예술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는 자긍심의 표현이다. 마을 공동체 활성화는 마을 단위에서 공동체적 활동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고, 나아가 사회문제 해결과 ‘공동체’ 역할에 주목한다. 마을 공동체는 마을을 기반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갖고, 공통의 유대감을 보유하게 된다. 주민 간에 사회적 자본을 형성해 마을 내 다양한 갈등을 해결, 마을 공동체에서의 참여와 신뢰 구축은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 전체적으로 통합에 기여한다는 연구가 양림골목비엔날레의 힘을 보태어준다.


2023년 제2회 양림골목비엔날레에 전시된 김경란의 작 Circle(써클)/버려진 자전거 휠, 컬러 페트병 재활용/가변설치. 이선 제공


지역의 축제 및 사업의 결과와 성과가 어쩌면 관람객의 수나 예산의 규모로 가늠할 수 없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 결과는 눈에 보이는 숫자가 아니라 모두가 이 곳의 주인이고, 예술가인 이 곳에서 스스로의 가치에서 모두의 가치를 위해 함께 마음을 모으고, 애정을 쏟는 그 과정을 응원하고 행복해하는 ‘같이 예술’ 을 도모하는 것이 아닐까.

올해 제14회 광주비엔날레와 제2회 양림골목비엔날레 기간, 광주 그리고 양림동 마을 전체가 서로와 서로의 선한 영향력과 순환되는 생명의 에너지로 새로운 만남의 기회와 회복의 예술 쉼터로 ‘광주’가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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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URL : http://m.jnilbo.com/article.php?aid=70394271040&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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