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20230910_전남일보_[전남일보]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17> 고독한 도시, 외로운 일상의 빛과 어둠
작성일자 2023-09-12




[전남일보]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작 호텔 룸(Hotel Room)/캔버스에 유채/152.4x165.7㎝/1931년. 이선 제공

지난 8월 20일에 종료 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개최 된 에드워드 호퍼의 국내 첫 개인전 ‘에드워드 호퍼-길 위에서(Edward Hopper: From City to Coast)’ 전시회는 초기부터 말년까지 전 생애에 걸친 회화·드로잉·판화·수채화 160여점과 아카이브 등 총 270여점을 선보이며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를 큰 틀에서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 성격을 띄고 있었다. 전시 기간 중 매회 많은 관람객들의 방문으로 매진 사례를 이끌며 에드워드 호퍼의 인기를 실감 한 올해의 전시로 기억된다.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 미국)는 사실주의적인 작품을 많이 남긴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 미술작가이다. 도시의 일상적인 장면들, 현대인의 고독함과 상실감을 사실적이면서 은유와 상징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많이 남겼다. 작가는 자신의 독자적인 시선이 담긴 회화 작품을 통해서 관람자는 익숙한 주위 도시 환경과 개인적인 공간을 낯설게 느끼게 하며 새로운 시공간을 연결시켰다.

그는 1882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 뉴욕예술학교를 진학하여 로버트 헨리(Robert Henri, 1865~1929)에게 그림을 배웠다. 1906년 24세 때 파리로 유학을 떠났으나 그 곳에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고 1910년까지 유럽여행을 하며 유럽의 분위기와 풍경을 기억에 담아두었다.(이후 그 영감들은 작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13년 미국 최초의 국제현대미술전인 뉴욕 ‘아모리 쇼(The Armory Show)’에 전시했고, <항해> 작품을 처음 판매하여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24년까지 에칭과 일러스트 작업 그리고 광고미술과 삽화용 에칭 판화들을 제작하며 생계를 꾸려가며 작업을 병행하였다. 이후 1930년대 본격적으로 수채화와 유화를 그리며 전업 작가로써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주로 도시의 일상적인 모습을 통해 인간의 소외감이나 고독감을 표현하였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은 산업화와 제1차 세계대전, 경제대공황을 겪은 미국의 어두운 모습을 잘 드러냈다. 그 때문에 미국 풍경회화이자 리얼리즘 화가로 알려졌으며 1970년대 팝아트, 신사실주의 미술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는 1930년대에서 1960년까지 많은 대표 작품들을 제작하였고, 희미하게 음영이 그려진 평면적인 독자적인 묘사법에 의한 고독한 분위기를 담은 건물이 서 있는 모습이나 사람의 자태는 지극히 미국적인 특색과 허무한 분위를 보여주었다.

그는 “모든 예술의 많은 부분들은 무의식적인 표현이다”라는 작가노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회화적인 요소로 묘사할 때, 그 어떤 감정 상태와 심리를 담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작 자화상/캔버스에 유채/64.5x51.8㎝/1925.휘트니미술관 소장


당시 그는 다양한 일을 하며 새로운 미술 경향의 흐름이나 미술사조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구에 따르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n, 1606~1669, 네덜란드 빛의 화가로 알려짐) 의 작업들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는 자료들이 발견되었다. 그것은 사실적인 풍경보다 이상적인 풍경에 매료되어 빛과 어두움의 색조를 통해 사실을 더욱 믿게 해준다는 주장이었다.

에드워드 호퍼는 자신만의 작업을 만들어 가며 대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외로움·소외감·공허함 등 내면을 사실적으로 비유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도시의 평범한 일상적 삶과 정서를 빛의 대비, 독특한 공간 구성과 인물 표현 등으로 담아낸 작품은 시공을 넘어 세계의 도시인들과 교감하면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20세기 초중반 급성장하던 도시 미국 뉴욕과 곳곳의 지역, 미국인들의 일상적 삶을 가장 미국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아가 지금까지도 연극적 화면의 작품은 최근의 현대예술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영화나 광고 영상, 뮤직비디오, 문학(시, 소설) 등 다양한 매체분야에 꾸준히 오마쥬(hommage) 되고 차용되고 있다.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작 밤을지새우는사람들(Nighthawks)/캔버스에 유채/1942년.이선 제공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 작품 또한 ‘도시인의 고독과 상실’ 주제로 일상을 무미건조하고 상징적으로 보여준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그 도시의 풍경은 현대인의 도시·문명 공간인 집과 거리의 상점에서 부터 시작 된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며 보는 이의 시선을 이끌어 그 속에 담긴 이야기에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러한 작업 구성은 작가가 바라 본 일상의 단면을 영화적 분위기의 장면 또는 기념비적인 스틸 컷처럼 사실적 회화 요소를 가미하여 도시와 일상, 인간의 불완전한 감정과 상실감을 단편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나에게 사물의 형태와 색채는 작품을 만드는 수단이자 도구 일 뿐이다.

나의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넓은 경험과 내 안의 감정적 영역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화폭에 귀착시키며 개인적인 상상력의 세계가 대상으로 재현되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1939년 호퍼의 이 편지 글을 살펴보면, 작업 세계와 생각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늘 ‘인간은 어떤 감정들을 느끼는 존재인가?’ 라는 공통 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이는 인간이 본능적이지만 결국 소통하는 존재이자 공감하는 존재, 서로가 다른 존재라는 서로에 대한 인정과 연민이 공존하는 것이다.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작 햇빛 속의 여인/캔버스에 유채/1961년. 휘트니미술관 소장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해석하는 많은 철학자들은 우리의 삶 속에서 물질적, 감각적 존재와 잠정적이고 상대적인 세속적 영역으로부터 벗어나 ‘예술의 무한한 형식과 이데아’를 통해 플라톤의 “참됨과 진실성”에 대해서 가깝게 느낄 수 작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작업을 통해 예술의 사회적 의미를 되새겨 사유하며 건조한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대의 연민과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에드워드 호퍼 작 푸른 저녁/캔버스에 유채/91.8×182.7㎝/1914년.휘트니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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