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
이강하미술관 '북극의 신화~'
캐나다 파빌리온 초기 작업
이누이트민족 예술성 조명
(왼쪽부터)캐나다 웨스트 바핀 에스키모 쿠퍼레이티브 윌리엄 허프만 기획자와 ,이강하미술관 이선 학예실장,
주세웅 작가, 김설아작가가 전시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이강하 미술관에서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캐나다 파빌리온 ‘신화, 현실이 되다’ 전시가 꾸려졌다. 이 공간에서는 이누이트 민족 예술의 전통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채워져 큰 호응을 얻었다.
이누이트 작가들의 예술성을 다시금 탐구해볼 수 있는 시간이 열렸다. 19일 이강하미술관에서 개막한 ‘북극의 신화, 소멸의 저항’이다.
이날 찾은 전시는 주한 캐나다 대사관 2024~2025년 한국 캐나다 상호 문화교류의 해를 맞아 열린 기념전이자 오는 9월 광주비엔날레 캐나다 파밀리온 초기 작업과정의 리서치 결과전이다. 전시에는 김설아 작가, Boogtom(주세웅) 그리고 이누이트 작가인 데보라 누이마크, 매튜 누킨가크, 카나익악 푸투쿡, 타라익 더피가 참여했으며 캐나다 웨스트 바핀 에스키모 쿠퍼레이티브 기관과 협력해 추진됐다.
미술관에는 전시를 기획한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과 김설아·주세웅 작가가 지난해 11월 10일부터 24일까지 북극(캐나다 킨가이트)을 다녀와 이누이트 작가들과 함께 호흡하고 민족예술의 전통성을 연구한 결과물들로 가득했다.
전시장 한가운데 한지로 만든 이글루가 눈에 들어온다. 김설아 작가의 작품 ‘영혼의 모양’이다. 공중에 뜬 이글루 창문 안을 들여다보면 작품들이 눈이 들어온다. 작품은 이누이트 사람들이 들려준 전설의 답가다. 이누이트 예술가에게 들어준 설화는 작품으로 태어났다. 달이 뜨지 않은 날과 뜨는 날, 뼈의 얼굴, 잎의 혀, 어둠과 보름달의 이야기는 김 작가의 스타일로 재탄생했다.
김 작가는 “북극으로 향하기 전엔 눈, 얼음, 바다만 떠올렸다. 하지만 막상 그곳에 갔을 때 만난 건 사람들이었다”며 “북극 끝에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강렬한 경험이었고 그들의 영혼의 모양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고 작업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이누이트 예술가에도 들었던 전설과 영혼의 모양을 묻기도 했다”며 “신화가 거주하는 장소를 떠올리다 이들이 생활하는 이글루를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누이트 고등학생들이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마음이 담긴 편지를 읽는 다큐 등 기후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보는 작업물과 영상도 눈에 띄었다. 빙하의 모습을 한 조형물 또한 기후 위기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참여작가들의 합작으로 탄생한 작품의 소재는 화순 계소리 방음벽 교체공사 과정에서 버려진 아크릴판을 활용해 만들었다. 뿌연 아크릴판은 북극의 얼음과 닮았고, 아크릴판에 송글 송글 맺힌 입자가 얼음 결정 같았다는 이선 학예실장의 설명이 더해지니 눈앞에 북극의 얼음이 놓여 있는 듯했다. 북극 얼음을 재현하기 위해 재활용한 소재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숨은 메시지도 떠올려 보는 시간이었다.
VR을 통해 북극의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도 흥미로웠다. VR안경 너머 보이는 풍경은 마치 북극의 해안가를 바라보고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기기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는 현장감을 더 극대화 했다. 이누이트 드럼 연주와 어우러지는 주세웅 작가의 퍼포먼스 영상은 하나의 의식을 치르는 듯한 인상마저 던져 준다.
이선 기획자는 “이번 리서치 작업들은 올해 열리는 광주비엔날레 캐나다 파빌리온의 초기작업이기도 하다”며 “김설아 작가의 작업방식은 이누아트 예술인들과 닮아있어 앞으로의 작업이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북극에서의 시간은 캐나다 여러 도시의 문화 공간과 기획자, 예술가들과 서로의 문화, 예술세계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를 갖고, 나아가 한국과 캐나다의 더 많은 국제문화교류 방안에 대한 발전적인 전망을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19일까지.
/글·사진=이나라 기자
/기사 url http://www.jndn.com/article.php?aid=1710922745382207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