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어머니들의 다섯번째 그림농사
<꽃이 핀 쪽으로>
2025. 09. 11.(목) ~ 10. 21.(화)
○ 전 시 명 : 오월어머니들의 다섯번째 그림농사 <꽃이 핀 쪽으로>
○ 일 시 : 2025. 09. 11. (목) ~ 10. 21. (화)
○ 장 소 : 갤러리 생각상자
○ 오 픈 식 : 2025. 09. 11. (목) 오후 6시
매주 수요일은 오월어머니집에서 그림그리며 이야기 나누는 날입니다.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령 이후, 오월어머니집에서는 수요일에는 그림을 그리고, 매주 토요일이면 민주광장에 깃발을 들고 나갔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요새 잠을 통 못자네. 느닷없이 비상계엄령이 뭔소리당가?"
오월어머니들은 비상계엄이라는 말만들어도 치가 떨렸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심장박동으로 아픈 기억을 되새김질합니다. 그 뒤부터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을 그림으로 그리고 이야기 나누며 서로의 가슴을 쓸어주고 위로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강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큰 힘이 됐습니다. 좋은 대목을 읽기도 하고 새로 나온 책 '빛과 실'을 읽고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들은 정말 꽃을 좋아합니다. 꽃무늬 옷, 꽃무늬 스카프, 꽃무늬 양산...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서 오월어머니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목은 꽃이 핀 쪽으로 안내하는 문장이었습니다.
'이제 당신이 나를 이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꽃을 좋아하는 오월어머니들은 이 문장을 모두 좋아합니다. 그림 속에 손글씨로 써 넣기도 하면서 반복해서 기도하듯 읽고 그렸습니다. 그런 가운데 눈을 감고 기도하면 온세상에 꽃이 피는 장면을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화면 아래 중앙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눈 감고 기도하는 얼굴로 눈코입을 그려주세요. 머리카락처럼 꽃이 피어 온세상이 꽃밭으로 되는 장면을 그려볼까요?"
어머니들은 잠시 눈을 감고 미소지으며 혼잣말로 "이쁘네 이뻐!"말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기도하면 꽃이 피는 그림들이 완성됐습니다.
그동안 서로를 위로하며 그림그렸던 시간의 흔적이 그림으로 남았습니다. 오월이면 살아남은 죄책감에 들판에 핀 꽃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살아온 세월, 울컥했던 시간도 그림으로 남고, 함께 손잡고 투쟁했던 시간도, 먼저 떠난 사람을 향한 그리운 마음도 그림으로 남았습니다.
오월어머니들의 그림은 기도입니다. 어머니의 기도로 아픈 상처가 승화되고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입니다.
오월어머니들의 마음 텃밭을 가꾸는 다섯번째 그림농사 전시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여러분을 모십니다.
